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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동화 속 그 곳

하늘 향해 치솟은 나무와 바람에 나부끼는 연두빛 잎사귀
숲속 거니는 것만으로 충분한 힐링의 시간

이희경(leeheekyoung@hotmail.com)

2018-06-20 페이스북 트윗터 kakao 목록 보기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山)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평안북도 정주가 고향인 백석이 1930년대에 함경도를 여행하며 본 풍경을 그린 시 ‘백화(白樺)’이다. 하얀 나무라는 뜻의 백화는 자작나무를 의미하는데 시인 백석이 살던 평안도나 함경도등의 북부지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껍질이 하얀 자작나무가 지닌 이미지 때문인지 특별히 계절에 대한 언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시골의 전경이 떠오른다.

 

어쩌면 눈 덮인 자작나무숲에서 진행됐던 TV프로그램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자작나무와 겨울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성립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

 

강원도 이북의 지역에서는 땔감으로 쓰일 정도로 흔한 자작나무는 남한에서는 강원도 지역 일부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수종이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 있는 자작나무숲은 이전에는 소나무들이 자생하던 천연림이었다.

 

그러다 소나무에 재선충이 발생하면서 모두 베어낸 곳에 1990년대 초반부터 자작나무를 심었는데 이들이 잘 자라 현재는 수령이 20년이 훌쩍 넘는 수천 그루의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게 됐다. 원래는 목재를 사용하기 위한 경제림의 목적으로 심었던 자작나무는 지금은 매년 수십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관광림이 됐다.

 

원대리에 있는 자작나무숲에는 자작나무 코스(40-50분), 치유코스(1시간 30분), 탐험코스(40분), 힐링코스(2시간)등 총 네 개의 산책코스가 마련돼 있다. 각 코스별로 소요시간이 달라 시간과 체력을 고려해 산책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조금 일찍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관계로 시간이 여의치 않은 나는 가장 시간이 짧은 자작나무 코스를 선택했다. 원정임도라 부르는 윗길이 조금씩 계속 올라가는 코스라면, 원대임도라고 부르는 아랫길은 평탄하게 걷다가 끝머리쯤에 등산하듯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게 된다.

 

그밖에도 중간 중간 여러 갈래의 길을 조성해 놓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자작나무코스, 치유코스, 탐험코스, 위험코스, 힐링코스, 하드코스 등으로 분류되는데, 들어가는 길에 설치해 놓은 종합 안내도를 보면서 결정하면 된다.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은 신비스러운 웅장함

 

주차장에서 자작나무 숲까지는 3㎞가 조금 넘고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자작나무숲에 가기 위해서는 먼저 입산통제소에 들러 방문기록을 해야 한다. 올라가는 길은 원정임도와 원대임도의 두 갈래 길로 나뉜다.

 

약간 가파른 길을 조금씩 올라가는 것이 원정임도라면 평탄하게 올라가다가 마지막에 등산하듯 올라가는 길이 원대임도다. 두 코스 모두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다. 원정임도를 선택해 약 한 시간 남짓 걸어 올라가니 어느 순간 마법처럼 자작나무 숲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길이가 20미터를 훌쩍 넘는 자작나무들이 휘어짐 없이 길쭉하게 자라 마치 누가 더 큰가 내기를 하듯 온 몸을 하늘을 향해 쭈욱 뻗고 있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아 있는 나뭇가지 끝에서 바람을 맞아 나부끼는 연두빛 나뭇잎 소리는 숲 속을 청량함으로 물들이고 매끈하게 윤기 나는 하얀 자작나무 껍질은 온 세상을 환하게 밝히며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 즈음, 어릴 적 즐겨 보던 만화의 한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빨강머리 앤과 다이애나가 숲의 정령이 살고 있다고 상상하던 자작나무 숲. 곧게 뻗은 하얀 자작나무 숲을 뛰어 다니던 두 소녀의 모습이 숲 사이에 오버랩 된다.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자작나무

 

이렇게 낯선 듯 보이는 자작나무는 사실 오랫동안 우리의 일상과 함께 해왔다. 불에 탈 때 자작자작 하는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자작나무라 이름 붙여진 자작나무의 껍질에는 지방이 많다. 그래서 예전에 결혼식을 할 때는 자작나무 껍질을 돌돌 말아 불을 밝히기도 했는데 여기서 유래된 말이 결혼식을 뜻하는 ‘화촉(華燭)을 밝히다’이다.

 

지방이 많은 나무껍질은 부패를 막아주어 옛날에는 불경이나 그림을 그리는데 사용되기도 했는데 경주 천마총에 있는 천마도가 자작나무에 그린 그림이다. 또한,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고 치밀한 자작나무 목재는 결이 고와 가구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했고 벌레가 잘 먹지 않는 나무의 특성 덕분에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의 일부도 자작나무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에는 138ha에서 총 5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곳에 자작나무를 심은 것은 1993년이었다. 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소에 따르면 원래는 경제림 단지로 조성했다고 한다. 즉, 다른 나무보다 단단한 재질의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 자작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 일대는 소나무들이 자생하던 천연림이었는데 소나무 재선충이 크게 번지면서 소나무들을 베어내고 자작나무를 심었다. 25년의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 중 하나를 만들어내면서, 경제림보다는 관광자원으로 더 각광 받고 있다.

 

다이애나와 함께 숲속을 뛰어 다니던 앤처럼 자작나무의 매력에 빠져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내려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내려가기 전, 숲속에 놓인 벤치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숲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어디선가 졸졸졸 흘러내리는 시냇물 소리,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 그리고 이름 모를 산새들의 청아한 소리가 합쳐져 마치 숲 속의 오케스트라 삼중주를 연주하는 듯하다.

 

다시 눈을 떴다. 눈과 귀를 통해 전해진 신록의 기운이 몸 안 가득 차오른 느낌이다. 언젠가 도시의 삶에 지칠 때면 다시 찾아오리라고 다짐해 본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오고 싶지 않은 동화 속 그 곳, 자작나무숲을 다시 찾을 그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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