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의 지난해 결산 실적 잠정치가 공개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제약사는 ‘연결’기준으로 공시를 하는가 하면 또 다른 회사는 ‘별도’기준으로 공시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정확한 실적 파악을 위해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가 어려운 만큼 실적에 대한 혼란이 일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팜뉴스는 지난 3분기 실적을 통해, 주요제약사의 연결기준과 별도기준 차이에 따른 제약사별 득과 실을 분석했다.

3분기 기준 외형성장에 1,000억 원 이상의 득을 본 곳은 한국콜마, 차바이오텍, 한미약품, 녹십자, 셀트리온으로 확인됐다. 영업이익은 한국콜마가 종속회사 연결로 457억 원 규모의 추가 이익을 얻었다. 이어 한미약품(349억 원), 녹십자(294억 원), 일양약품(191억 원), 휴젤(183억 원), 삼천당제약(126억 원), 대웅제약(115억 원), 셀트리온(112억 원)도 자회사들이 효자 노릇을 했다.

또 별도기준에 따르면 매출 ‘1조 클럽’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은 1조 클럽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는 반면, 한국콜마, 한미약품, 셀트리온은 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연결로 이득을 본 곳이 있다면 손해를 본 곳도 있다. 유한양행은 유한화학 등 자회사의 영업 손실로 인해 별도로 재무제표를 작성했을 때보다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94억 원이나 감소했다. 모회사는 영업을 잘했는데 자회사들이 모두 날려 버린 셈이다. 이외에도 차바이오텍(28억 원↓), 종근당(23억 원↓), 경동제약(22억 원↓), 명문제약(21억 원↓), 한독(16억 원↓) 등이 모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연결재무제표는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의 자산, 손익, 현금흐름 등을 합쳐서 하나의 회사로 간주한다. 종속회사를 지배회사의 사업부 또는 지점으로 보고 이들 재무제표를 합산한 것이다. 단, 종속회사와 지배회사 서로의 내부 거래는 합산되지 않고 제외된다.

종속회사가 없는 경우는 기업자신의 ‘별도’ 재무제표만 작성해도 되지만 종속회사가 있는 경우는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종속기업이라 함은 지배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거나 50% 미만이라도 실질적 지배력을 갖는 경우를 말한다.

적용되는 종속회사가 없어 별도 재무제표만 작성한 제약사로는 제일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진제약, 영진약품, 유나이티드제약, 경보제약, 대한약품, 하나제약, 코오롱생명과학, 대한뉴팜, 동구바이오제약, 알리코제약, 화일약품 등이 속한다.

한편,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보통 20%~50% 지분보유)는 지분법 적용(지분비율에 따른 관계사의 손익만을 별도 재무제표에 바로 반영) 대상이 된다. 대표사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연결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보았고 실제로 지난 3분기 회사의 재무제표에 지분법이익으로 200억원을 반영했다.

한국콜마, 씨제이헬스케어 인수로 영업이익 ‘극대화

한국콜마의 종속회사들이 제약사들 중 외형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회사의 종속회사에는 씨제이헬스케어를 비롯해 중국, 미국, 캐나다 등 해외 현지법인을 포함 8곳이 포함돼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한국콜마는 연결합산으로만 5,050억 원의 추가 외형 성장을 이뤘다. 회사의 별도기준 매출은 6,463억 원이었지만 연결합산 시 1조1,513억 원을 달성한 것. 이는 씨제이헬스케어가 종속회사로 편입되면서 1조클럽의 가입을 3분기로 앞당기게 된 배경이 됐다.

회사는 씨제이헬스케어로 인해 외형성장뿐 아니라 영업이익도 급증했다. 수익성까지 두 마리 토기를 한 번에 잡은 것. 연결 영업이익으로 3분기 443억 원이 추가 반영됐다. 한국콜마의 개별 영업이익이 457억 원이었던 만큼 절반에 가까운 443억 원이 합해진 것이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연결(337억원)과 별도기준(341억원)이 거의 동일했다. 이는 한국콜마가 씨제이헬스케어를 인수하기 위해 빌려온 자금으로 종속회사인 씨케이엠 등이 금융비용(약 380억원)으로 날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익을 많이 냈지만 이자로 다 날아간 셈이다. 한편, 회사의 해외법인 중 중국내 2곳에서 102억 원의 손실이 발생해 회사에 타격을 줬다.

한미약품, 북경한미 효자 노릇 ‘톡톡’

제약사 중 실질적인 효자 자회사가 있었던 곳은 한미약품이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로 인해 매출이 2,500억 원이 올라왔다. 한미약품의 별도기준으로 보면 8,636억 원으로 이를 합산해야 연결기준 1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연결로 인한 영업이익도 47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분기까지 약 350억 원이 반영됐고 4분기를 합산해 연결 영업이익은 1,038억 원이 전망된다.

한미약품의 종속회사는 3곳으로 한미정밀화학과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천진철유명자동화설비유한공사가 있다. 이중 가장 큰 효도를 한 곳은 북경한미약품으로 3분기 매출누적으로 1,866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291억 원을 달성하면서 한미약품의 성장에 한몫했다. 더해 한미정밀화학도 순이익 43억 원을 기록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녹십자, 녹십자웰빙·녹십자랩에 ‘웃고’ 녹십자엠에스에 ‘울고

녹십자는 종속기업 9곳으로 인해 작년 매출이 2,200억 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별도기준으로 보면 1조1,46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분기까지도 1,600억 원이 늘어났다. 하지만 순이익 측면에서 녹십자엠에스가 발목을 잡았다. 3분기 별도기준의 순이익(200억 원)이 연결 순이익(133억 원)보다 67억 원이 감소한 것. 녹십자웰빙과 녹십자랩셀이 각각 51억 원과 30억 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녹십자엠에스가 133억 원의 손실을 내면서 충격을 줬다.

일양약품, 연결기준 자회사 이익 최대 ‘수혜’

일양약품은 중국 내 2곳의 해외 현지법인 자회사가 회사를 먹여 살렸다. 실제로 지배사인 일양약품의 3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73억 원. 연결기준에 따르면 두 배가 넘는 191억 원이 반영됐다. 이 같은 이익은 해외 종속회사로 양주일양유한제약공사가 58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도 103억 원의 이익을 거뒀다. 여기에 일양바이오팜도 16억 원의 이익을 기록해 수익성을 높였다. 작년 연결 영업이익이 324억 원이 전망되고 있는 만큼 자회사들로 인해 영업이익은 230억 원 이상 반영될 것으로 추정된다.

휴젤, 아크로스 가장 노릇에 ‘흐믓’

휴젤은 종속기업 자회사로 해외 현지법인 등 7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히알루론산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아크로스가 회사의 수익성을 높이는데 일조 했다. 3분기 기준 매출은 328억 원에 불과 했지만 167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가장 노릇을 톡톡히 했다. 나머지 6개사는 각각 수억 원씩 적자로 모두 25억 원의 손실을 냈다. 휴젤이 보유한 아크로스의 영업권은 493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80억 원으로 자회사들이 23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더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삼천당제약, 디에이치피코리아 호실적에 웃음

삼천당제약도 자회사 디에이치피코리아로 활짝 웃음 지게 됐다. 회사는 디에이치피코리아의 지분을 38.38%를 보유 중이지만 지배력 기준에 따라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지난해 매출은 604억 원, 영업이익은 152억 원이 전망된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52억 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디에이치피코리아가 삼천당제약의 성장과 이익에 크게 기여 했다.

대웅제약, 한올바이오파마 실적개선에 ‘안도’

대웅제약은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액이 1조 52억 원을 달성해 개별기준으로도 1조클럽에 등단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1,134억 원, 영업이익으로 447억 원이 예상된다. 회사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314억 원으로 자회사가 도움을 준 금액은 133억 원이 된다.

이 같은 대웅제약의 수익성 증가는 한올바이오파마의 실적 개선이 기여했다. 지난해 한올바이오파마의 추정되는 영업이익이 169억 원인 만큼 연결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외 법인에서는 실적이 부진 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3분기 기준 인도네시아내 현지법인 2곳에서 45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중국에서도 16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필리핀·태국 등에서는 14억 원의 이익이 발생해 해외 나라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셀트리온, 작년 개별기준 아쉬운 1조클럽 '탈락'...향후 해외직판 효과 기대

셀트리온은 연결기준 매출로 1조1,284억 원을 달성했지만 별도기준 상에서는 9,819억 원으로 1조클럽에 들지 못했다.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3,780억 원으로 별도기준보다 181억 원이 더 많았다. 이는 셀트리온제약과 해외 현지 법인들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수익성을 높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되는 점은 셀트리온의 해외 종속회사들이다. 미국 내 시장조사 및 판매유통망 구축을 위해 미국 내 Celltrion Pharma USA을 설립했다. 바이오시밀러 임상 시험을 위해 아일랜드 현지법인과 영국에 유럽 전초기지를 세우는 등 이들을 바탕으로 해외 직판에 따른 향후 수익 극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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