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송희 교수(서울대학교 사회약학)

제네릭 의약품 (이하 제네릭) 차등 약가제도는 기존의 동일약품-동일가격 원칙에서 제네릭 개발 노력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및 원료등록)에 따른 차등가격 원칙으로 전환된다는 것이 골자다.

이같은 전환은 2018년 발사르탄 사태를 계기로 제네릭 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진행됐다. 당시 정부는 제네릭 제도의 주요 문제점으로 세 가지를 언급했다. 1) 공동 생동성시험 허용에 따른 낮은 진입장벽, 2) 저가 원료 의약품 사용, 3) 높은 복제약 가격구조. 정부는 차등약가제도를 통해 제네릭 난립을 막아 제약산업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제네릭 차등약가 제도는 제네릭 품목허가의 진입장벽이 낮아 의약품 유통구조난립이 초래됐다고 가정한다. 공동생동을 금지하면 진입장벽이 높아져 의약품 유통구조가 선진화된다고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같은 관점은 공동생동 허용의 취지와는 상반된다. 공동생동제도의 취지는 동일 공장에서 생산되는 동일 의약품에 대해 의약품 품목허가자마다 별도 생동성 시험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의약품의 생산과 판매를 분리하여 각 영역의 전문성을 함양해 제약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또한, 제네릭 진입이 용이하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치열한 시장경쟁이 품질경쟁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제도다.

그러나 실상은 품질경쟁 부재 속에서 불법적 리베이트가 난무하였다. 이에, 불법적 리베이트가 시장기능을 마비시킨다고 보고, 우선적으로 근절되어야만 시장기능에 접목된 선진화 방안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의약품 유통생태계의 선진화를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경쟁으로 달성하지 않고 규제로 이루어낼 수 있다는 발상은 시작부터 ‘잘못된 출발선’에 있어 보인다.

실제로 식약처에서는 한 때 제네릭 회사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의약품 판매 수익을 특정 제약사에 집중시켜,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능력을 함양하겠다는 목적으로 국내 제약사에 GMP시설을 강제했다.

하지만, 식약처의 의도와는 달리 대부분의 제네릭 회사가 GMP시설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그만큼 GMP 투자대비 제약사의 수익성이 높아, 식약처의 의도대로 구조조정이 될 수 없었다.

제네릭 시장 난립의 문제는 규제보다는 시장기능을 활용하여 풀어야 한다. 제네릭 시장은 다음과 같이 완전 경쟁 시장(Perfect Market)의 조건을 대부분 충족하고 있어 시장 활성화 방안이 즉각적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진입이 용이하여 공급자가 다수이고, 둘째 생동성이 인정되어 품질이 동일하고, 셋째 구매자가 다수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기능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즉, 보험약가가 국내 제네릭 제약사 보호차원에서 시장경쟁으로 정해지지 않고, 오리지널의 시장독점 가격의 절반이상에서 비교적 후하게 정해진다. 이처럼 후한 보험가격 결정은 한편으로 국내 제약사로 하여금 자본을 축적하게 만들어 신약개발에 힘쓰도록 하자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용을 창출하여 국가경제에 기여하자는 목적도 있다. 실제로 지나친 가격경쟁은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고 고비용의 신약개발에 필요한 자본의 축적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제네릭 시장의 난립은 복잡한 의약품 유통구조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의약품 도매업으로 대표되는 유통산업은 그 시장의 크기가 10조에 달하고 수 년 동안 상당한 성장세를 누려왔다. 의약품 도매업은 높은 유통마진을 노력 없이 가져가는 중간상인이라는 비난을 받지만, 실제로는 제약사와 약국 간의 거래를 집중적으로 유도해 ‘규모의 경제 (Economies of Scale)’를 일궈냈다. 의약품 도매업은 개별약국이 따로 창고기능 (warehousing)을 갖추는 것을 불필요하게 하고 또한 개별제약사의 유통기능을 전담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다. 나아가 의약품 도매업자는 재고현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IT시스템과 배송망을 구축하여, 환자가 필요한 의약품을 적시에 그리고 안전하게 약국과 의원에 공급한다. 이에, 제약사는 신약개발과 품질향상에 몰두할 수 있고, 약국은 조제와 복약지도에 전념함으로써, 각자가 전문성을 개발해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제네릭 시장의 난립은 복잡한 유통구조와 밀접한 상관성이 있으나, ‘규모의 경제 (Economies of Scale)’ 이론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규모의 경제론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벌써 지오영과 백제약품과 같은 대규모 도매업자만 살아남고, 작은 규모의 도매업자는 경쟁력을 상실하여 이미 시장에서 퇴출됐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네트워크이론’이 제네릭시장의 난립과 복잡한 유통구조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제네릭을 둘러싼 공급자 네트워크는 제약업계-유통업계-병·의원-약국이라는 상당히 긴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긴 사슬의 네트워크는 규모가 클수록 효율성이 감소할 수 있다. 긴 사슬 네트워크는 본질상 그 규모가 작아야 상호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강하게 형성될 수 있다. 이에 제네릭 공급자 생태계는 작은 규모의 네트워크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제네릭 공급자 생태계의 선진화 방안은 진입장벽을 높이는 규제보다는, 긴 사슬의 공급자 네트워크를 어떻게 열리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의약품 거래가 투명성과 효율성에 바탕을 두면, 굳게 닫힌 네트워크의 자물쇠가 풀려, 궁극적으로 유통구조의 후진성이 극복될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도매업 생태계는 의약품시장 구조변화와 함께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한국사회에 공정성과 투명성이란 가치가 자리잡으면 향후 의약품 유통거래에 있어 가격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리베이트로 이루어지는 비정상적 거래는 희소해지고 그에 기반한 공급자 네트워크도 소멸되거나 병합될 것이다.

많은 기술적 혁신도 유통업계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어 유통단계에서 데이터의 안정성, 투명성 그리고 개인정보가 보장되고, 인공지능과 로봇의 도입으로 창고 운영비용과 인적오류를 줄이며, 사물인터넷이 자리잡아 약국과 의원에서의 실시간 재고관리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아마존, 구글, 애플 등의 초현대적 대기업들이 참여하여, 의약품 도매 생태계를 전면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유통업 생태계는 대한민국 사회가 점차 선진화함에 따라 자동적으로 시장기능에 의해 현대화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의 정부의 정책은 큰 시장변화 흐름에 발맞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경쟁력을 키우고 변화과정에서의 저항과 마찰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지난날의 불투명한 관행에서 시작된 유통산업의 후진성을 바로잡고자 진입장벽을 높이는 규제를 추가하는 것은 유통생태계의 현대화 과정을 오히려 늦추게 할 수 있다.

정리 최선재 기자(remember2413@phar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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