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지난해 바이오 일부 기업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과정에서도 임원들의 보수가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주가 하락의 피해가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미쳤지만, 직원들의 임금이 대폭 상승한 기업도 있었고 적자의 늪에 빠졌지만 오히려 임원들 주머니를 채우기 급급한 곳도 있었다.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긴급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항공과 해운 등 주요 기간산업을 비롯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업종에 지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목되는 점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고용안정과 임·직원의 보수 제한 그리고 주주배당 제한 등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강조되는 배경이다.

24일 팜뉴스는 지난해 1,000억 원 미만의 매출을 기록한 중소 상장제약‧바이오사 40곳의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임직원의 인건비 현황을 분석했다. 집계대상 40곳의 1인당 연평균 급여는 급여 총액을 직원 수로 나눈 값으로, 기업별 급여 규정상의 인건비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등기이사의 보수에는 퇴직금과 성과‧상여금을 포함하고 있으나 사외이사에 대한 부분은 제외돼 있다.

지난해 조사대상 40곳 중 17개에 달하는 기업이 영업손실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절반에 가까운 회사가 수익성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적자인 곳 중 등기이사의 보수가 줄어든 곳은 단 7곳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1인당 등기이사 보수 평균액은 2억 5,900만 원이었고, 미등기 임원은 1억 2,400만 원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5,000만 원이었고 남직원이 5,700만 원, 여직원은 4,1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등기임원은 이사회에 참가해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지만, 미등기 임원은 이사회에 참석할 수도 없고 의사결정권 역시 없다. 다만 등기임원의 경우, 회사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가진 대주주나 추천인 등이 등재된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실적이 부진해도 급여나 성과급 혹은 퇴직위로금을 과도하게 받아, 이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존재해왔다.

등기이사의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엔지켐생명과학이다. 회사는 1인 평균 7억 2,300만 원 보수로 무려 122%가 올랐다. 김명환 이사가 상여금으로만 20억 원을 받았고 고상곤 사외이사가 8억 9,600만 원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이 발생한 까닭이다.

주목할 점은 회사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모두 전년(2018년)보다 악화됐다는 것. 회사의 영업손실은 2018년 146억 원에서 지난해 163억 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 역시 2018년 147억 원에서 175억 원으로 손실폭이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즉, 엔지켐생명과학의 주머니 사정은 2년 연속 악화됐으나 오히려 회사 임원들이 챙겨가는 이익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셈. 반면, 직원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25%나 줄어들어 대조를 이뤘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등기이사의 보수인상률은 70%가 넘었다. 회사 등기이사들의 경우 보수가 전년보다 75.2% 상승해, 1인당 평균 3억 5,700만 원을 받아 갔다.

눈에 띄는 것은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영업이익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는 지난 2018년에 24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지난해엔 무려 400억 원으로 적자 폭이 늘어났다. 이 같은 재무 악화에도 불구하고 등기이사와 미등기임원의 보수는 각각 75.2%, 54.3%가 상승한 것.

하지만 직원들의 급여는 오히려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의 직원들은 2018년에 1인당 평균 7,200만 원의 급여를 받았지만, 작년엔 오히려 10.3%가 깎여 평균 연봉이 7,1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강스템바이오텍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영업 손실은 232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2배가 늘어난 것. 하지만 등기임원의 보수는 20% 이상 오른 반면, 직원 급여는 14% 낮아졌다. 또한, 회사의 주가 역시 작년부터 지난 23일까지 63%가 빠진 만큼 직원과 주주들에게 희생을 돌린 셈이다.

이 외에도 등기이사의 보수인상률이 높은 기업은 한국유니온제약(72.4%‧2억5,000만 원), 녹십자셀(63%‧3억1,700만 원), 대성미생물(44.9%‧1억7,400만 원), 엘앤씨바이오(42.7%‧1억7,200만 원), 우리들제약(33.8%‧2억4,700만 원) 등이 있었다.

등기이사의 1인당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기업은 진원생명과학으로, 1명의 등기이사가 받는 보수는 11억 9,300만 원으로 조사됐다. 회사는 최근 주가 폭등으로 인해 증권가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이노비오와 미국 내 자회사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진행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5배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주가는 연초 2,410원부터 수직 상승해 지난 23일 13,900원까지 오른 상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의 임원들이 조사대상 회사 중 가장 많은 돈을 받아 갔다는 것이다. 지난해 등기임원들이 1인당 12억 원의 거액을 수령 했다. 두 번째로 많이 받아 간 엔지켐생명과학이 1인당 7억 원인 점과 비교하면 격차가 느껴진다. 한편, 진원생명과학은 2018년에도 1인당 14억 원을 지급해 상위권을 차지했다.

실제로 박영근 대표이사와 조병문 전무이사는 지난해 각각 18억 원과 6억 원을 받아 갔다. 박 대표는 급여로 7억 4,700만 원 외에도 성과 상여로 10억 4,600만 원을 받았다. 이와는 별도로 행사가능(행사가 4,686원)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24만주도 갖고 있다. 박 대표가 24만주의 스톡옵션을 현재 행사할 경우, 약 22억 원 내외의 이익도 챙길 수 있다.

문제는 회사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진원생명과학은 현재 결손금만 650억 원 누적된 상태로, 지난해에도 110억 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재무상태에 비해 경영진이 과도하게 보수를 챙겼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셈.

이어 엔지켐생명과학(7억 2,300만 원), 신라젠(4억 3,600만 원), 조아제약(3억 9,000만 원), 에이비엘바이오(3억 5,700만 원), 바디텍메드(3억 3,400만 원), 삼성제약(3억 2,600만 원), 녹십자셀(3억 1,700만 원) 순으로 등기이사의 연봉이 높았다.

직원들의 연봉이 전년보다 가장 많이 깎인 곳은 제넥신으로 조사됐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2018년 1억 2,300만 원에서 지난해 7,200만 원으로 무려 41.1%가 줄어들었다. 이어 엔지켐생명과학(-25.7%), 강스템바이오텍(-13.5%), 코미팜(-12.4%), 코아스템(-11.7%), 에이비엘바이오(-10.3%)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직원들의 1인당 평균 급여가 조사기업 40곳 평균(5,0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회사만 27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적은 평균 연봉을 지급한 기업은 코아스템으로, 회사는 직원들에게 1인당 평균 3,0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 외에도 인트론바이오‧한국유니온제약‧코미팜(3,500만 원), 엘앤씨바이오(3,600만 원), 쎌바이오텍(3,700만 원), 비씨월드제약(3,800만 원), 바디텍메드(3,900만 원) 순으로 직원들의 연봉이 낮았다.

한편, 지난해 임상실패 논란으로 주가가 하락해 주주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던 기업들도 있다. 신라젠의 주가는 작년부터 이번 달 23일까지 83%가 급락했고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반토막(-58%)이 났다.

헬릭스미스의 경우 직원의 평균 급여인상은 82%에 달했다. 주가가 떨어진 비율보다 직원 급여가 더 오른 셈이다. 다만, 급여 상승 폭은 컸지만 2018년도 직원 평균 급여가 2,600만 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급여 수준이 2019년에 정상화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도 중간입사자들로 인해 평균 급여가 낮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젠은 지난해 영업 손실이 740억 원으로 조사대상 기업 중 가장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임상실패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주주들은 울상을 지었지만, 직원들의 급여는 오름폭을 높였던 것.

지난해 회사 직원들의 급여 수준은 1인당 9,100만 원으로 이번 조사대상 평균인 5,000만 원을 훌쩍 넘는 고액 연봉이다. 다만, 등기임원의 보수 인상 폭은 오히려 89%가 줄었는데, 이는 2018년도 임원들이 스톡옵션으로 챙겨간 금액이 124억 원에 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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