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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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확대한 가운데 임상 중단 사유로 알려진 ‘횡단성 척수염’ 관련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백신 접종 이후 횡단성 척수염 증상이 나타난 환자 중 상당수가 ‘영구장애’를 보였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9월 코로나19 임상 3상을 중단했다. 단 사흘 만에 영국 정부는 임상 재개 결정을 내렸고 최근 일본에서도 임상을 재개했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CNN, 뉴욕타임즈 등 주요 외신들은 임상시험 참가자가 횡단성 척수염 증세를 보여 임상을 중단했는데도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질병명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횡단성 척수염은 척추뼈 속에 있는 척수에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척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감각 이상이나 운동 저하 등이 생기고, 몸의 특정 부위가 마비될 수 있는 치명적 질환이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신경학적인 부작용’이라는 입장을 발표했을 뿐이다. 국내외 언론들은 ‘횡단성 척수염’을 지목했지만 정작 아스트라제네카는 침묵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경에도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다발성 경화증을 보인 참가자의 초기증상이 횡단성 척수염이었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임상 참가자들에게 보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횡단성 척수염 같은 신경계통 질환은 심각한 부작용이기 때문에 회사 측이 증상을 보인 환자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과의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침묵해왔다. (팜뉴스 9월 30일자 보도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임상 중단 미스터리’ 참고)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연이어 ‘모르쇠’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최근 횡단성 척수염 환자 역학 조사 결과가 이목을 끌고 있다.

2018년 4월 9일 미국 신경학 저널(AMERICAN ACADEMY NEUROLOGI)에 발표된 “예방 접종 이후 횡단성 척수염의 발달”이란 제목의 논문에 의하면, 1985부터 2017년까지 미국에서 각종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 중 119명이 횡단성 척수염 증상을 보였다. 이는 질병관리본부(CDC)와 FDA 백신 이상 반응 보고 시스템(VAERS)에 취합된 이상반응 사례다.

문제는 이들 중 38.7 %가 영구 장애를 겪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32년 동안 횡단성 척수염에 걸린 10명 중 4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돌이킬 수 없는 장애로 평생 동안 고통을 안고 살아갔다는 뜻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스트라제네카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30년 동안 119건이면 굉장히 드문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아스트라제네카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임상시험을 시작한 지 불과 수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횡단성 척수염 발병 건수가 적다고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사안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안전성 조사를 확대한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FDA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과 유사한 백신들의 임상시험을 대상으로, 부작용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도 영국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재개한 점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횡단성 척수염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른 전문의는 “횡단성 척수염 증상을 보인 사람 중 40%에 달하는 인원이 영구장애를 초래할 정도라면 매우 심각한 부작용이다”며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전체 투여 환자 수, 즉 분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이 백신 접종과 관련이 없다면 그 배경은 무엇인지도 제대로 말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굉장히 안일한 대응이고 부작용을 과소평가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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