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근 입법 예고한 ‘집단소송제’ 제정안이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상당히 불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들리고 있다. 이번 제정안이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맞은 환자들이 코오롱 측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패소시 별도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향후 소송 과정에서 환자들의 피해 입증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인보사 환자 소송에 초래될 ‘역대급 변수’를 향해 이목이 쏠리고 있는 까닭이다.

법무부(장관 추미애)가 지난달 28일 집단소송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증권 분야에만 한정된 집단소송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해 도입한다는 것이 이번 제정안의 핵심이다.

‘추미애발’ 집단소송제 도입 소식이 알려진 순간, 제약업계의 분위기도 출렁였다. 중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의약품 부작용 관련 소송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곳이 바로 제약업계이기 때문이다.

#인보사 환자 소송, ‘집단소송제’ 적용 가능하다

주요 제약사들은 이번 제정안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각 제약사의 법무팀들은 입법 예고안이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만큼 제약업계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집단소송제가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어떤 제약사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까.

법조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제약사는 바로 코오롱생명과학이다. 지난해 5월 ‘인보사 사태’가 터진 이후 인보사 투여환자 약 1000명은 법무법인 오킴스를 통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위자료, 약제비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법무부 입법예고안 부칙 2조와 3조를 살펴 보면 ‘입법 전의 사유로 인한 손해배상’에도 해당 제정안이 적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시작된 소송이라도, 부칙에 따라 2심이나 3심 단계에서 집단소송 허가를 법원으로부터 받으면 인보사 환자들도 집단소송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며 “다만, 코오롱 측의 허위 공시로 인한 주식 투자자들은 해당하지 않는다. 이들이 이미 증권에 관한 소송 허가를 받아 소송을 진행했다면 신법이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정안 부칙 2조는 “현행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은 폐지하되, 법 시행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인 증권 관련 집단소송 사건은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적용되도록 한다”고 쓰여 있다. “다만, 시행 이전에 생긴 사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는 적용하도록 한다”는 부칙 3조의 내용이다.

향후 입법 예고안이 현실화된 이후, 인보사 환자들이 법원을 통해 ‘집단소송제’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앞서 변호사의 견해다. 기존의 사건이라고 해서, 집단소송제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다는 뜻이다.

사진.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전경
사진.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전경

#코오롱 생명과학 ‘불리’, 소극적 피해자도 배상해야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는 또 다른 대목은 피해자 중 일부가 제기한 소송이 승소로 귀결될 경우 피해를 본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을 수 있다는 점에 제정안에 담겼다는 점이다.

법무부 측은 실제로 “집단적 피해에 대해 효율적인 구제가 이뤄지도록 피해자 일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전체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를 현행 증권분야 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일반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전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법조계 일각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이 패소할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환자들의 손해배상에도 나서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앞서의 변호사는 “집단소송 허가시 법원은 집단소송 판결 효과를 받을 피해자(구성원)의 범위를 '총원의 범위' 결정이란 취지로 정하게 된다”며 “즉, 총원에 포함된 인보사 환자들은 소송 참여 여부에 상관없이 집단소송의 대표 구성원이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승소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환자들이 패소할 경우를 대비해 ‘제외신고’ 조항도 만들어놨다”며 “패소를 하면, 소송도 하지 않은 환자들이 패소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에 참여하지 않고도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환자들에게 상당히 유리한 대목이다. 수동적ㆍ소극적 피해자에도 배상을 해야하기 때문에 코오롱 측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집단소송제 제정안 2조는 ‘총원’이란 개념에 대해 “다수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의 보전에 관하여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는 피해자 전원을 말한다”고 명시한다. ‘구성원’은 “총원을 구성하는 각각의 피해자”를 뜻한다.

‘대표당사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원을 위하여 집단소송절차를 수행하는 1인 또는 수인의 구성원이다. 더구나 제장안 41조는 “확정판결은 제외신고를 하지 아니한 구성원에 대해서도 효력이 미치도록 규정한다”고 명시한다.

즉, 인보사 사건에 대한 ‘공통의 이해관계’를 지닌 환자들이 대표당사자를 선임한 이후, 그 대표당사자가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승소하면 코오롱 생명과학은 소송 미참여자를 포함한 ‘총원’에 대한 손해배상도 부담해야 한다. 손해배상액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코오롱생명과학 “섣부른 예단은 금물” But 환자 입증 책임 완화

하지만 코오롱 측은 법무부의 집단소송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저희는 환자 장기 추적 조사 비용 부담을 포함해서, 환자들을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소송 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이같은 사실이 변하지 않는다. 환자들에게 인보사로 인해 암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손해배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코오롱 측이 놓친 또 다른 점이 있다는 주장이 들린다. 바로, ‘한국형 증거개시제’가 제정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제정안 32조는 “대표당사자는 청구원인 사실에 관하여 스스로 조사해 밝힐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개략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상대방은 구체적으로 답변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앞서의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민사소송은 원고가 피고의 손배 책임을 주장해야 한다”며 “인보사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집단소송 허가를 받을 경우 32조에 따라 환자들은 자신의 손해를 ’개략적으로‘, 즉 대강 설명해도 피고인 코오롱생명과학이 ’책임 없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피고 입장에서 입증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뿐만이 아니다. 일반 소송에선 코오롱생명과학이 갖고 있는 자료를 요청하는 방법은 ‘문서 제출 명령’이다”며 “이때 환자들이 상대의 특정 서류를 지정해야 하고 그 서류의 존재 여부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집단소송법 제정안에 있는 증거신청 제도는 그것보다 쉽다”고 덧붙였다.

제정안 35조는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자료 등의 기재・현상・내용은 자료등의 제출을 신청한 당사자가 주장하는 대로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명시한다. 인보사 자료 제출 관련해 기존과 다른, 입증 책임 완화한 조항이 있다는 뜻이다.

한편 오킴스 측에서는 이번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인보사 사건이 ’모범 사례‘로 남길 바란다는 기대감도 드러낸 상황이다.

인보사 환자 소송의 법률대리인인 엄태섭 변호사(오킴스)는 “암이 발생해야 환자의 손해를 배상한다는 코오롱의 주장은 상당히 무책임하다”며 “인보사 주사 비용은 약 700만 원에 달한다. 무용한 의약품을 주사를 맞은 환자들의 약제비는 당연히 ’공통된 이해관계’에 포함된다. 제정안의 ‘총원’ 범위에 묶을 수 있다는 얘기”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몸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모르는 신장유래세포가 투여됐다면, 암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정신적 손해도 상당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향후 장기 추적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집단소송제가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약제비와 위자료 입증이 더욱 수월해질 수 있다. 집단소송법의 ‘리딩 케이스’로 ‘인보사 사건’이 자리 잡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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