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단 약물 미프진 관련 공약이 담긴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 현수막. [촬영=신용수 기자]
임신중단 약물 미프진 관련 공약이 담긴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 현수막. [촬영=신용수 기자]

[팜뉴스=신용수 기자] 먹는 약으로 임신을 중단하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일명 낙태약으로 불리는 ‘미프진’ 도입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것. 한 서울시장 후보는 미프진 보건소 상시 구비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판권을 거머쥔 현대약품은 제품명을 ‘미프지미소’로 결정하고 사전검토를 신청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상반기 중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미프진이 국내 도입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럿 남아있다. 미프진 도입을 위해서는 우선 법 개정을 통한 합법화가 필요한 데다, 처방 주체와 급여화 여부를 놓고 관계자들의 논쟁도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일부 종교단체 및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임신중단 반대 여론도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3월 25일 4‧7 보궐선거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서울 시내에는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이 담긴 현수막들이 걸렸다. 이중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의 현수막이 시민들과 제약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프진이라는 특정 의약품명이 전면 배치된 까닭이다. 선거와 함께 미프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임신 중단 약물로 자궁 수축과 자궁벽 소퇴를 일으켜 임신중단을 유도한다. 일반적으로 임신 초기(10주 이내) 임신부에게 처방해 임신중단을 유도한다. 미국‧캐나다‧프랑스를 비롯한 70여 개 국가에서 허가를 받았고, 2005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신 후보 측 관계자는 미프진 관련 공약에 대해 “낙태죄가 2020년도 이후 폐지됐지만, 임신중단에 관한 제도적 개선이 없어 임신중단을 원하는 여성들이 열악한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수술 없이 임신중단을 원하는 일부 여성들은 블랙마켓에서 건강의 위험을 감수하며 고가에 미프진 등 임신중단 의약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내 25개 보건소에 응급 피임약과 미프진을 상시 구비하고 처방 이후 후속적인 의료적 지원체계를 확립할 것”이라며 “성폭력‧성차별과 싸우는 성평등 서울을 만들기 위한 핵심 공약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프진 도입은 현재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오른 상황이다. 현대약품이 최근 영국 제약사와 미프진 성분 의약품에 대한 국내 판권을 획득한 까닭이다.

현대약품은 2일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경구용 임신중단약물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약품에 따르면 이번에 수입 예정인 경구용 임신중단 약물은 임신중단을 유도하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복용하는 복합제다. 이후 현대약품은 해당 제품명을 ‘미프지미소’로 결정했다고 10일 발표헀다. 

식약처도 이미 사전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임신중단 약물 국내 인허가 심사상황 관련 질의에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제의 사전검토 신청서를 심사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언급한 복합제가 바로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였던 것. 

식약처 관계자는 “현대약품이 제출한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사전검토 중”이라며 “영국 본사로부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자료가 있다. 해당 자료들이 오는 대로 현대약품이 허가 신청서를 내면 최대한 빠르게 심사해 상반기 내 허가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교단체와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여전히 임신중단을 반대하는 데다, 미프지미소 허가를 위해서는 법 개정‧처방 주체‧급여화 결정 등 해결이 필요한 쟁점이 산적해 실질적인 허가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미프진 도입을 위해서는 우선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12일 권인숙 민주당 의원이 임신중단 방법에 약물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본회의는커녕 법제사법위원회 상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처방 주체와 급여화 등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한 산부인과 의사 단체들은 처방 주체를 산부인과 전문의로 한정하고 의약분업에서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우선 관련 법이 정비돼야 미프진 도입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일단 미프진이 허가가 났다는 전제하에 말씀드리겠다”며 이어 “또 약물을 통한 임신중단의 경우 약물 처방‧복용 전후로 초음파 진료를 통해 임신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단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미프진은 부작용이 적지 않은 약물인데다 임신기간이 길어질 경우 임신중단에 실패할 확률도 커진다. 또 오‧남용 문제 및 윤리적 문제도 있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처방에 대한 철저한 관리뿐만 아니라 임신부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도 의약분업 예외 약품으로 지정해 원내처방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약사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의약분업 예외약품 지정에 대해 찬반이 갈린 것. 

대한약사회의 경우 의약분업 예외약품 지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사 처방과 약사의 처방검토 및 복약지도를 위해 분업을 도입했는데, 미프진만 분업 예외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생활 보호를 위해 분업 예외지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약국도 환자정보보호 의무를 지니고 있다. 의사들의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고 말헀다.

반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의 경우 의약분업 예외약품 지정에는 동의하지만, 처방주체를 산부인과 전문의로 한정하는 방안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동근 건약 정책팀장은 “접근성에 저해가 되지 않는다면, 의약분업 예외지정은 문제될 것이 없다. 여성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도 일부 동의하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처방 주체를 산부인과 전문의로만 한정하거나 처방 전 초음파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접근권을 저해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미프진의 경우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최대한 빠르게 먹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급여화 문제도 쟁점 중 하나다. 앞서의 김재연 회장은 “미프진이 음성적으로 거래가 이뤄진 이유는, 복용 사실이 기록으로 남겨지는 것을 임신부들이 꺼리는 까닭”이라며 “국내 도입 시에는 최대한 의료기록이 제한적인 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접근권 보장을 위해서 급여화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젠더와건강연구센터장은 “비용적 문제로 임신중단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원치 않는 임신을 오래 놔둘수록 임신부의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임신중단에 대한 접근권 확대라는 원래 취지를 지키려면 급여화는 필수로 이뤄져야 한다”며 “모든 의료기관은 개인정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의료기록이 노출될 수 있음을 전제하는 건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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