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언더독(Underdog)’의 사전적 정의는 ‘패배가 예상되는 존재’다. 언더독 효과는 투기견 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가 이겨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경쟁에서 뒤처진 약자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현상이다. 반면 ‘탑독(Topdog)’은 언더독과 달리 언제나 승리를 거머쥐는 강자를 뜻한다. 

제약업계도 다르지 않다. 대형 제약사들이 승승장구하는 ‘탑독’이라면 중소제약사들은 ‘언더독’이다. 탑독과 언더독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지만 매출액 대비 판관비율 증감 추이를 분석하면 탄탄한 ‘언더독’들을 찾을 수 있다. 심층 기획을 통해 언더독 명단을 공개한다. 

팜뉴스 자체 분석에 따르면 주요 대형·중견 제약사 45곳의 지난해 평균 매출은 4697억이었다. 같은 기간 중소 제약사 27곳의 평균 매출은 765억으로 대형·중견 제약사들은 중소 제약사의 약 6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판관비 규모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대형·중견 제약사는 지난해 평균 1277억을 판관비로 사용한 반면 중소제약사는 판관비로 281억을 썼다. 매출 규모뿐만 아니라 판관비, 일종의 ‘영업비용’면에서도 주요 대형 제약사들에 밀리는 것이 중소제약사가 처한 현실이다. 

종근당, 대웅제약 등 제약 업계의 ‘탑독’들이 매년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사이, 중소제약사들의 실적 기상도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웠던 이유다. 하지만 언더독이 ‘탑독’을 제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팜뉴스가 금융공시시스템 자료를 토대로 중소제약사 27곳의 판관비와 매출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악재 여파로 판관비를 줄이고 매출을 끌어 올려 효율적인 경영을 해온 ‘언더독’ 제약사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제약사 27곳 중 12곳이 매출액 대비 판관비율을 줄였다. 경남제약(7.62%↓), (진양제약6.16%↓ 고려제약 (5.79%↓) 동성제약 (3.85%↓) (일성신약 2.86%↓) (유유제약 2.66%↓) 휴메딕스(1.69%)↓ 대화제약(1.49%)↓ 조아제약 (1.41%↓) JW신약(1.23%↓) 화일약품 (1.09%↓) 삼일제약 (0.05%↓)이었다. 

특히 고려제약은 ‘언더독’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고려제약도 2019년 대비 판관비율을 32.22%에서 26.43%로 5.79% 줄이면서도 매출 증가율은 20.3%를 기록했다. 단순히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 지표인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23.2% 늘어났고 당기순이익 역시 88.9% 증가했다. 

휴메딕스도 다르지 않다. 판관비율을 24.88%에서 23.19%로 1.69% 줄였지만 매출은 25.3% 급성장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5.3%, 41.9% 늘어났다. 판관비를 줄이고 수익성 개선까지 성공한 것이다. 고려제약과 휴메딕스는 판관비를 적게 쓰면서도 트리플 크라운 실적을 이뤄낸 언더독이었다. 

경남제약도 저력을 보여줬다. 경남제약은 매출액 대비 판관비율을 2019년 44.61%에서 지난해 37%로 7.62% 줄였다. 매출 증가율 역시 58.3%로 전체 27곳 중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파고를 넘기 위해 판관비 감소와 매출 상승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판관비는 인건비, 판촉비, 광고선전비 뿐 아니라 경상연구개발비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언더독 제약사들이 판관비 비중을 줄인 것이 경상연구개발비 감소를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형 제약사들과 달리 중소제약사들은 R&D 연구개발보다는 영업·마케팅에 치중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언더독 제약사들이 판관비율을 줄여 지난해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한 점은 상당히 인상적인 대목이다. 코로나19 악재에도 기존의 거래처와의 관계유지를 잘해왔거나 오프라인 심포지엄을 온라인 심포지엄으로 전환하면서 영업비용을 줄이고 경영 효율성을 강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일각에선 언더독들의 반란이 멀지 않았다는 예측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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