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최근 의약사 전문 신입 인력들이 제약사를 선택하는 일이 늘고 있다. 약국가 또는 개원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탓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약국이나 병원을 개업하면 “못 벌어도 월 1000만원 소득”이란 말도 이젠 옛말이다. 의약사들이 제약사들을 기피하지 않고 앞다투어 취업 전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사 또는 약사들은 어떤 제약사를 골라야 할까. 신약 개발을 위해 역동적으로 일하면서도, 고위직으로 하루빨리 올라갈 수 있는 제약사는 어디일까. 팜뉴스가 그 답을 찾기 위해  공시 자료를 토대로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주요 제약사 5곳의 임원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한미약품에 의약사 출신 임원이 상당수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 임원직에 오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로 불린다. 수십년 동안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해야 겨우 임원의 말단인 ‘이사’ 직함을 달 수 있다. 성과를 보이더라도 도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승진은 물건너간다. 이른바 ‘별 달기’ 시즌이 돌아오면 각종 축하 문자와 화환이 임원을 향해 몰리는 이유다. 

이사, 상무, 전무 등 임원에 올라서면, 차량지원, 품위유지비, 개인 업무 공간, 비서 등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차를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기사가 붙고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널찍한 업무 공간에서 나홀로 업무에 몰두할 수 있다. 커다란 쇼파 가운데에 앉아서 손님을 접대하는 일도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다. 스케줄 관리도 비서가 담당한다.

그렇다면 어떤 의약사들이 제약사에서 유사한 혜택들을 누리고 있을까. 

팜뉴스 취재진 자체 분석 결과 유한양행은 의사와 약사가 임원으로 각각 2,3명씩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래 부사장과 강대식 전무는 약사, 이철·지성길 사외이사와 임효영 전무는 의사 출신이다. 임기제 사외의사를 제외한 의약사 임원들은 각각 임상개발 부문 등 핵심 분야에서 회사를 진두지휘 중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제약사 간판’을 내건 셀트리온도 유한양행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원석 유대현 사외의사, 키스 왓슨 상무가 의사다. 특히 키스 왓슨 상무는 글로벌 전문가로 영입된 이후 줄곧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송수은 상무와 백경민 이사는 약사 출신으로 임상 운영 관리와 제품 개발을 맡고 있다. 

GC 녹십자 임원진은 약사만 4명이다. 남궁현 부사장과 김진 부사장은 약사 출신으로 각각 마케팅과 코로나19 임상 영역에서 ‘유리천장’을 허물고 있는 주인공이다. 이재우·최봉규 상무도 약대 전공을 활용해서 R&D 부문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GC 녹십자 임원 중 생화학, 경제학, 농화학, 화학 전문가들이 많지만 의사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점도 인상적이다. 

광동제약도 약사 비율이 높은 편이다. 문성규 전무는 약사 출신 전무로 공장장을 맡아왔다. 김현정 배기룡 상무도 R&D 파트에서 광동제약을 지원사격 중이다. 다만 의사 출신 임원이 강대희 사외이사에 불과하는 점에서 광동제약은 내부에서 승진한 의사 출신 임원이 없는 상황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미약품이 ‘메머드급’ 의약사 군단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약품은 의약사 출신 임원은 무려 16명으로, 다른 주요 제약사와 체급부터가 다르다. 먼저 우종수 사장(대표이사)가 약사 출신이다.

이영미 전무를 필두로 박재현 박명희 전무이사도 약사 출신이다. 박재현 이사는 한미약품의 스마트 공장인 팔탄공단 공장장, 박명희 전무이사는 마케팅 영업기획 임원이다. 이 외에도 김나영, 진성필, 정진아 김용일 상무이사도 전부 약사다. 김병후 임호택 이사도 약사 출신으로 각각 팔탄공단, 제제연구 등 R&D 영역에서 활약 중이다.

의사는 총 5명이다. 박문화, 백승재, 이주원 상무이사와 김송 이사, 이동호 사외이사가 주인공이다. 박문화 상무이사는 치대 출신으로 의학부(Medical Affairs)에서 연구개발과 사업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백승재 상무 이사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출신으로 한미약품의 R&D 수장이다. 

이주원 상무이사는 PV(Pharmacovigilance), 즉 의약품 개발과 전 주기에 걸쳐 약품 안전성을 책임지는 임원이다. 김송 상무이사는 Clinical Science 부문에서 임상 현장과 제약사 간 'Liaison(연결)' 역할을 해왔다. 매출액 대비 R&D 비율이 가장 높은 제약사인 한미약품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업계에선 의약사 ‘새내기’들이 한미약품을 선택할 경우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것은 물론 임원을 빠른 속도로 달 수 있다는 분석도 들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에서 의약사는 전문직 중에 전문직이라서 입사 초기부터 우대를 많이 해준다”며 “의약사들이 밖으로 나오면 제약사 임원들도 인사를 해야 하는 신분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약사에서는 승진이 일반 평사원보다 쉽고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한미약품은 R&D 파이프라인이 누구보다 많은 회사다”며 “의약사 전문가 임원들이 많다는 것은 심도 깊은 연구를 수행 중인 고급 인력이 많다는 뜻이다. 그만큼 신출내기 의약사들이 임원을 달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한 곳이 한미약품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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