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휴대폰을 고치기 위해 삼성전자 A/S 센터를 찾아가면 단 한 번의 방문으로도 불편한 점을 해결할 수 있다. 은행을 찾아가서 서비스에 고충을 토로해도 창구 직원들은 그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도 많다.

하지만 나는 어깨 통증으로 2곳의 병원(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아 3명의 의사를 만나 수십만원의 돈을 썼는데도 만족스러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또 다른 병원을 찾고 있는 현실이 야속했다.  

그래도 분노와 통증의 나날을 이대로 지속할 수는 없었다. 치료를 포기할 수 없어 통증의학과를 찾았다. 네이버 평점이 좋은 곳이었다. 무엇보다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다”는 의견이 많은 병원이었다. 냉담하고 딱딱한 의사들에 지쳐있었기 때문에 정말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희망을 걸었다. 

“포기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선 순간,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어깨 통증으로 고생한 나를 위로하면서 건넨 한마디다. 

그는 곧바로 어깨 모형을 바탕으로 견갑골, 극상근 등 어깨를 이루는 뼈와 근육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위에 대한 의학 용어들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으로 이미지로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알려주는 열의를 보였다.

네 번째 병원 의사의 진단명은 M755(어깨의 윤활낭염). 윤활낭은 뼈에서 피부, 근육, 힘줄, 인대가 서로 닿는 부위에 완충물을 제공하는 체액으로 가득 찬 납작한 주머니다. 윤활낭이 어떤 부위인지 한참 동한 설명한 그는 주사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사 치료를 하면 10명 중 8명은 대부분 좋아집니다”며 “고질적인 통증이 있다고 해도 너무 상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상황이 반드시 좋아질 수 있습니다. 실비 청구도 가능한 주사이니 안심해도 됩니다”라고 다독이면서 말이다. “스테로이드가 부작용이 많다고 들었는데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에도 “소량이기 때문에 괜찮습니다”고 다독였다. 

진료 시간은 20분이 훌쩍 넘었다. 이렇게 환자에게 시간을 많이 들여 설명한 의사는 처음이었다. 주사를 맞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의사가 어깨에 주사를 놓는 순간 왼쪽에 비친 초음파 화면에 기다란 주사 바늘이 어깨 관절 사이에 윤활낭 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수술실로 자리를 옮겨서 또 다른 주사를 맞았다. 

진료를 마친 이후 어떤 주사를 맞았는지 세부내역서를 살펴봤다. 리포라제주(피하주사나 근육주사, 국소마취제 및 피하주입 시 침투력이 증가하도록 한다), 트리암시놀론(스테로이드), 리도카인(국소마취제)였다. 약은 진통소염제, 골격근이완제, 소화성 궤양용제를 처방받았다. 

진료비는 약 18만원이었지만 아까운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충분한 설명과 친절한 태도로 대해준 의사에게 그 정도 비용을 쓰는 것은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주사를 맞은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아팠다. 어깨 통증이 팔 쪽으로 번지면서 노트북을 사용할 때 은근한 통증이 느껴져서 힘들었다. 차가운 얼음을 왼쪽 어깨에 올리면 통증이 줄어들어 다행이었지만 획기적으로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일주일 뒤 다시 병원을 찾아갔다. 다른 병원을 찾아가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는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 것 같았다. 

의사는 “정밀 진단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며 “어깨 MRI 검사를 진행해볼 수 있는데 환자분께서 주사 치료로 나아지지 않은 점을 보면, 목에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목 디스크가 생기면 어깨가 아플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환자들은 보통 ‘MRI’라는 키워드를 들으면 놀라는 경우가 많다. 비용 때문에 그렇다. 중대한 질병이 아닌데 수십 만원의 비용을 쓸 정도로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의사는 “어깨보다는 목을 먼저 찍어보는 것이 낫겠다”라며 “비용은 실비 처리가 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너무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의사를 향한 믿음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다. 

결국 경추 MRI 검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판독 결과는 경추 C5-6 디스크가 튀어나온 것으로 나왔다. 의사는 “신경이 디스크에 눌린 정도는 아니라서 어깨통증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경이 다소 좁아진 면이 보인다”며 “목에 신경 주사를 맞고 경과를 봅시다”고 했다. 

리도카인(마취제)와, 리포라제주와 함께 스테로이드 약제인 덱사메타손(통증완화 염증과 부종치료제)를 목 주변에 맞았다. 로피바카인염산염(수술시 마취)과 파미레이300(조영제)도 추가됐다. 입원료와 함께 진료비는 약 70만원이 나왔다. 처방전에 쓰인 진단명은 M755(어깨의 윤활낭염) 이외에 M501(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경추간판장애)가 추가됐다.
 
이번에는 정말 낫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통증은 좋아지지 않았다. 또 다시 악화됐다. 구체적인 이유을 여전히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친절하고 선한 의사를 만났는데도 달라진 점이 없었다는 점이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결국 큰 병원을 가기 위해 의사에게 진료의뢰서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의사는 “저도 노력을 했는데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통증이 잡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며 “진료의뢰서는 얼마든지 써드릴 수 있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을 가더라도 환자분은 제 환자입니다. 그곳에서 나으면 더욱 좋습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일했던 교수님도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큰 병원 수술과 비수술 환자를 선제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목적인 교수들이 많습니다. 큰병원에서 차도가 없더라도 당장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고 밝혔다. 

이전의 병원보다 훨씬 많은 약 90만원의 비용을 썼다. 그러나 당장 분노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환자의 마음을 진심으로 어루만지는 의사였기 때문이다. 

약 10분을 기다린 뒤 진료 의뢰서를 받았을 때 두눈을 의심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치료 과정이 빼곡하게 쓰여 있었다. 진료의뢰서 내용도 A4 용지 두 쪽에 달했다. 그 진료의뢰서를 들고 명의를 찾았다.

(최기자의 어깨 통증 치료 후일담 4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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