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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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신용수 기자] 제조공정 투명성 문제로 적발된 약품의 회수 조치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낱개로 남은 약이라도 제약사가 환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약사들은 더 큰 문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환자에 처방된 약을 회수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일부 약사단체에서는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식약처는 27일 팜뉴스가 이날 보도한 의약품 회수 관련 질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바이넥스‧비보존‧종근당 제조 의약품들은 일선 약국에서 이미 포장을 뜯어 사용한 경우라도 회수 대상에 포함된다. 약이 낱개로 남았다면 남은 분량만큼 회수 및 환불 조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문제는 환자에게 이미 처방된 약은 회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의약품은 이후 식약처 수거‧검사에서 함량 등은 시험기준 내에 있었다”며 “이에 따라 발표 이전 환자에게 처방된 약품은 따로 회수 및 환불 조치하지 않고, 앞으로 약을 받을 환자들에게만 대체 약품을 쓰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21일 발표한 종근당 9개 의약품 제조‧판매 중지 관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는 9개 의약품 중 ‘공급 중단 보고대상 의약품’에 해당하는 4개 품목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머지 5개 의약품의 수거‧검사 결과에 대해서는 명확히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해당 보도자료의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며 “9개 제품 모두 수거‧검사를 마쳤고, 보도자료대로 9개 제품 모두 함량 등이 시험기준 내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일선 약사들은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대해 다행이면서도 난감하다는 반응이었다. 낱개 약 재고에 대한 부담은 덜었지만, 환자들이 이 상황을 받아들일지 우려스럽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낱개 약 재고 반품 문제가 해결됐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해당 약을 복용 중이던 환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가 걱정”이라며 “솔직히 ‘제조공정에 문제가 있어 판매 중지했는데, 약 자체는 문제없으니 그냥 먹어라’고 하면 어느 누가 납득하겠는가. 이미 약을 받은 환자에게도, 기존에 먹던 약과 처방이 바뀐 환자에게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약사 시민단체는 이번 식약처의 조치에 대해 ‘숨은 1인치’가 있다고 짚었다. 회수 조치를 강행할 경우 국가의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 정책팀장은 “이번에 식약처가 환자 처방 의약품을 왜 회수하지 않았는지에 관한 답을 얻으려면, 지난 발사르탄 사태 당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식약처는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발사르탄 관련 115개 의약품을 제조‧판매 중지하고 해당 약들을 회수 조치한 바 있다. 

식약처는 발사르탄 사태 당시 환자들에게 처방된 발사르탄 제제도 모두 회수 조치하고 대체 의약품으로 재처방 및 재조제를 지시했다. 문제는 재처방 및 재조제로 인한 비용 소모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정책팀장은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중 누가 이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놓고 소송전이 벌어졌는데, 결과는 건보공단의 패소였다”며 “발사르탄 사태 때는 약에서 직접 불순물이 검출됐는데도, 건보공단이 패소했다. 이번에는 약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만약 환자 처방약에 대한 회수 조치가 이뤄진다면, 비용부담은 건보공단이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환자 처방약 미회수는 건보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식약처의 말대로라면 환자에게 처방된 약을 회수하지 않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 사실 이번에 식약처가 발표한 제조‧판매 중지 조치는 약 자체의 품질 문제로 인한 중단이라기보다는, 제조 절차를 식약처 허가대로 수행하지 않았던 제약사들에 대한 징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하지만 분명 환자들은 문제가 있었던 의약품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환자들이 식약처의 설명을 납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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