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팜뉴스=김민건 기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어떤 문제를 풀어갈 때 해결책은 세밀한 부분에 있다는 의미로 어려운 일을 꼼꼼히 처리해야 한다는 격언이다.

동종 조혈모세포((Allo-HSCT)를 이식받은 환자 몸에도 악마가 있다. 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CMV)다. CMV는 조혈모세포이식 치료의 디테일에 숨은 악마다. CMV는 신체 면역력이 건강할 때는 조용히 숨어있는다. 치료를 위해 면역력을 억제하는 '면역결핍' 상황이 오면 본성을 드러내 환자의 목숨을 앗아간다.

골수이식을 위해 면역 공백을 맞은 환자는 자신의 몸에 숨은 악마를 억제하는 싸움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가닥 희망은 악마와의 디테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치료제가 인간에게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2일 대한항균요법학회와 대한감염학회 온라인 춘계학술에서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 치료에 CMV 감염·예방 전략을 소개하며 한국MSD의 '프레비미스(레테르모비르)'를 언급했다.

프레비미스는 CMV를 복제하는 DNA를 억제해 재활성화를 막는 최초의 예방요법 치료제로, 기존 항바이러스제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현재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와 유럽백혈병감염학회(ECIL) 가이드라인에서 유일한 1차 예방 약제로 권고하고 있다. 국내도 지난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CMV 환자에서 감염과 질환 예방 목적으로 허가해 사용 중이다. 프레비미스는 조혈모세포이식 당일 또는 28일 내 투여해야 하며 100일까지 하루 1회 정제와 주사제(필요 시)로 투약할 수 있다.

이동건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학회에서 CMV 수치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일정 수치를 초과하면 시작하는 '선제치료'보다 예방적 치료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에서 CMV가 재활성화될 경우 바이러스가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교수는 CMV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알렸다.

◆조혈모세포 이식에 희망 촛불 밝힌 '프레비미스'

혈액암에 걸린 환자들은 골수 기능이 망가져 조혈모세포를 만들 수 없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들어내는 세포인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을 생산한다.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공여받아 골수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가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이다. 중증 혈액암환자에게 완치 희망을 줄 수 있는 치료다.

그러나 이식받은 조혈모세포가 건강한 혈액세포를 만들 때까지 10~25일이 소요된다. 조혈모세포가 안착할 때까지 면역력을 억제해야 한다. 이 기간 신체 내 면역과 바이러스를 관리하는 것이 혈액암 치료의 성패를 가른다.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은 면역과의 싸움이다. 

공여자와 수여자의 조직적합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HAL) 일치 여부는 환자의 목숨을 가를 만큼 중요하다. HLA 일치 여부에 따라 전처치에서 세포이식, 생착, 면역학 재구성에 이르는 치료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HAL 일치가 중요한 이유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면 공여자의 혈액 생성 기능 뿐만 아니라 면역세포까지 함께 넘어가 면역거부반응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여자 골수에 있던 면역세포가 환자 면역세포를 공격하기도 하거나, 환자 면역체계가 공여자 면역세포를 공격하는 이른바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이다.

공여자와 수여자의 조직형을 맞추면 GvHD 면역반응을 낮출 수 있지만 항상 일치하는 조직형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환자의 면역세포를 없애고 공여자 면역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GvHD 반응은 낮췄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외부 감염은 무균실 치료 등으로 막는다 해도 몸 속에 숨어있던 CMV 같은 바이러스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면역결핍 상태에서 숨어있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 된 것이다.

CMV 감염 환자의 초기 입원 사망률은 비감염자 대비 3.5배, 60일 이내 발생 환자 사망 위험은 2.6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인구 95~100%가 CMV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조혈모세포 이식 후 CMV 재활성 억제는 생명 유지와 직결된다. 

결국 현대의학에서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디테일은 CMV 억제에 있다. 기존에 CMV 재활성인 경우 '선제치료법(Pre-empitive)'으로 대응했다. 혈중 CMV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지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억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CMV는 혈중 농도에 상관없이 사망증가율에 영향을 미쳤기에 CMV예방요법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한국MSD 프레비미스정
한국MSD 프레비미스정

◆프레비미스 투여 후 사망률·감염 '뚝'  

2017년 FDA는 처음으로 CMV 감염과 질환 예방 치료제로 프레비미스를 허가했다. 이로써 예방요법 실현이 가능해졌다. 건강한 사람은 들어볼 일조차 없을 치료제지만, 면역·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게는 생사가 달린 중요한 기점이었다.

프레비미스를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에서 CMV 재활성 사전 예방 치료법으로 사용할 경우 이식 당일부터 최대 100일까지 1회 투여해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사망을 줄일 수 있었다.

프레비미스는 임상을 통해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후 CMV 감염 취약 시기인 24주(6개월) 시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CMV 감염·질환 발생 감소 효과를 보였다. 프레비미스를 예방요법으로 투약한 환자 325명 중 37.5%만 CMV가 발생했고, 이에 반해 위약군은 170명 중 60.6%에서 나타났다.  MSD는 "이식 조건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 하위 그룹에서 위약군 대비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식 후 24주 시점에서 위약군 대비 낮은 사망률도 보였다. 프레비미스 투약군은 325명 중 262명(10.2%), 위약군은 170명 중 125명(15.9%)의 사망률을 나타냈다. 48주 시점에서 프레비미스 투약군은 138명, 위약군은 71명이었다.

또한,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후 100일 내 프레비미스 투약군은 CMV 재활성화율이 대조군 대비 유의하게 낮았다. 프레비미스 투약군이 20%인 반면 대조군은 7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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