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신용수 기자] ‘노쇼’(예약 후 불참, No-show) 백신이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빨리 접종받기를 희망하는 시민들의 바람과 노쇼 백신이 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라 안전성 면에서 불안하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과연 노쇼 백신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부작용의 확률은 낮다지만, 본인에게 발생하면 100%인 것이 부작용이다. 하지만 독자의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기자가 제약 분야 전문지 업계 최초로 직접 노쇼 백신을 접종했다.

≫ 노쇼 백신, 구하기도 ‘맨땅에 헤딩’

가장 큰 문제는 노쇼 백신을 구하는 일 자체가 상당히 힘들다는 점이었다. 백신을 구하기 위해, 집 근처와 회사 근처에 병원을 이잡듯 뒤져야 했다.

우선 노쇼 백신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전화뿐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ncvr.kdca.go.kr)에 접속한 뒤 ‘의료기관 찾기’에 들어가 희망 지역 내 병원에 일일이 전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 전화해 접종 취소분에 대한 백신 접종을 희망한다 밝히고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을 말하면 예약이 가능하다. 

이중에서도 제대로 접종 예약을 하려면 ‘조기참여 의료위탁기관’을 찾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조기 참여 의료위탁기관에만 백신 물량이 공급된 까닭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기사를 통해서만 “조기 접종 위탁의료기관에서만 희망자에 한해 노쇼 백신을 접종 중”이라는 질병청 관계자의 설명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기자도 처음에 이 사실을 몰랐던 까닭에 여러 차례 허탕을 쳤다.

난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구난방으로 운영되는 예비명단 탓이다. 우선 병원마다 예비명단 운영방식이 달랐다. 일부 병원의 경우 예비명단을 미리 받아놓는 방식을 택했다. 다른 병원은 취소분이 발생한 시점에 전화가 온 환자에게 백신을 배정했다. 

기자의 경우 처음에는 현재 거주 중인 노원구의 한 병원에 예비명단을 등록했다. 하지만 앞에 수십 명이 대기 중이라 순번이 돌아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병원의 답변에 당장 가능한 다른 병원을 찾아 나섰다. 결국 여러 병원에 전화해 백신이 있는지 문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런 접종 희망자가 기자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5일부터 국내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입국 시 자가격리가 면제되면서, 해외 출장이 필요하거나 해외여행을 희망하는 시민들 위주로 노쇼 백신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까닭에, 환자와 병원 모두 고초를 겪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환자들은 당장 접종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계속 전화를 돌릴 수밖에 없다. 서울 송파구의 한 환자는 “나는 예비명단 운영 초기에 백신을 신청해 어렵지 않게 접종에 성공했다”며 “주변 지인의 경우 지역내 병원 수십 개에 전화를 돌렸지만 결국 백신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병원의 경우 밀려드는 전화로 다른 업무가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서울 노원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나온 취소분은 이미 예약이 끝났다”며 “(기자 외에도) 이미 수십 명에게 전화가 왔다. 노쇼 백신으로 인해 업무가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자는 백신을 구할 수 있었다. 백신을 접종한 곳은 팜뉴스 사무실이 있는 서울 마포구 소재 H 병원. 하지만 여기에도 한가지 웃지 못할 ‘촌극’이 있었다.

기자는 3일 H 병원에 전화해 노쇼 백신 접종을 문의했다. 이때 병원 관계자는 “6일 한 자리가 비었으니 이날 예약해드리겠다”면서 백신 접종을 예약했고, 백신 예약 메시지도 받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확인차 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원 내 다른 간호사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오전에 전화를 받았던 간호사가 (기자를) 사회필수인력으로 착각하고 배정해준 것으로 보인다. 부득이하게 예약 취소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자로서는 ‘눈 뜨고 코 베인 격’이었다. 

다만, 해당 간호사는 “아무래도 노쇼 백신을 포함해 백신 관련 문의 전화가 밀려들다 보니 현장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병원의 실수도 있었던 만큼 만약 6일에 백신 취소분이 발생할 경우 우선적으로 연락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기자로서는 이날 노쇼 백신이 발생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기자의 기사를 계속 읽었던 독자라면 해당 사례에서 기시감을 느낄 것이다. 지금 이 자리를 빌려 앞서 기자가 6일 작성한 기사(없어서 못 맞는 ‘노쇼 백신’, 현장 혼선에 응급 환자 불렀다) 속 ‘서울 마포구의 한 시민’의 일화가 기자 본인의 사례임을 밝힌다. 

기자가 3일 정오에 받았던 코로나19 예방접종 예약 관련 메시지. [제공=신용수 기자]
기자가 3일 받았던 코로나19 예방접종 예약 관련 메시지. [제공=신용수 기자]

그리고 사흘이 지난 뒤 6일 오전 9시경 H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취소분이 발생해 오후 2시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는 것. 이날 재택근무 중이던 기자는 나갈 채비를 했다.

기자가 맞게 될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였다. 백신 접종까지 4시간 남은 상황. 다시 한번 가족과 회사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의사를 밝혔다. 돌아오는 반응은 둘로 갈렸다. 맞는 것이 부럽다는 의견과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우려였다. 

아내의 경우 “백신 접종이 생각보다 빨리 이뤄져서 다행”이라면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부작용이 많다고 들었다”는 우려도 함께 건넸다. 반면 해외여행을 못가 답답하다는 한 친구는 백신을 접종하게 됐다는 기자의 말에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사는 특히 걱정이 심했다. 회사 관계자는 “순서가 오면 접종을 하는게 어떠냐”며 기자의 접종을 다시 한번 만류했다. 하지만 기자는 마음을 다잡고, 회사와 주변 사람을 설득했다. 기자로서 독자에게 제대로 된 접종 후기를 전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제대로 겪어본 뒤 전해야 한다.’ 기자는 긴장된 마음을 부여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 우여곡절 끝에 구한 백신, 접종은 한순간에 끝

오후 2시 합정역 인근 H 병원에 도착했다. 평일 오후인 탓에 병원 내부는 붐비지 않았다. 환자 몇 명만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일부 환자의 경우 서류를 작성 중이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으러 온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수납처의 간호사들은 말 그대로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다. 밀려드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계속해서 노쇼 백신이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3일 확인차 병원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평온함과 분주함이 공존하는 아이러니였다. 

대기한 지 수분이 지났을까. 간호사는 기자를 부른 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예진표’라는 제목의 서류 한 장을 건넸다. 

예진표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기록해야 했다. 뒷면에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비롯해 임신 여부, 현재 몸 상태, 최근 코로나19 및 기타 백신 접종 여부, 중증 알레르기 경험 여부 등을 묻는 칸이 있었다. 해당 사항이 없었던 기자는 모든 질문에 ‘아니오’로 답했다.

기자가 접종 전 간호사에게 받은 예진표. 접종 당시 병원 측으로부터 촬영 허가를 받지 못한 까닭에 현장 분위기를 예진표로 대신 전한다. [촬영=신용수 기자]
기자가 접종 전 간호사에게 받은 예진표. 접종 당시 병원 측으로부터 촬영 허가를 받지 못한 까닭에 현장 분위기를 예진표로 대신 전한다. [촬영=신용수 기자]

또다시 대기의 시간이 찾아왔다. 간호사들은 주사실과 수납처를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앞서 예약한 환자들의 백신을 주사하면서 동시에 밀려드는 전화를 응대 중인 것으로 보였다. 간호사들의 얼굴은 지친 기색으로 역력했다. 

접종을 아직 하지 않았는데도, 현재 노쇼 백신의 문제점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일원화된 시스템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노쇼 백신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정부가 노쇼 백신을 예약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일선 의료현장은 혼란에 빠진 상황이었다. 사후약방문이나 다름없었다. 

“진료실로 들어갈게요.” 드디어 다시 한번 기자의 이름이 호명됐다. 곧바로 진료실로 향했다. 의사는 몸 상태를 비롯해 예진표에 있었던 사항들에 대해 다시 한번 기자에게 물었다. 이후 의사는 “보통 50대 이상 어르신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아도 큰 반응이 없지만, 나이가 젊은 분들은 면역반응이 세게 나타난다”며 “(기자는) 아직 젊어서 백신 접종 후 하루 이틀은 발열이나 몸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무리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일순간 낯빛이 일그러졌다.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물론 발열이나 몸살이 나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발열이나 몸살에서 끝나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후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4월에는 여성 간호조무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사지 마비 환자가 됐고, 특히 2일에는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50대 경찰관이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여전히 혼수상태에 있다. 방역당국은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고는 하지만, 불안감을 지울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는 희귀성인 ‘뇌정맥동혈전증’(CVST)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우려는 수치상으로도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전체 이상반응 의심 신고 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관련 신고는 8일 기준 1만6238건을 기록했다. 화이자(3156명)의 5배를 넘는 수치다. 중대한 이상 반응도 465건에 달했고 사망자만 51명에 이른다. 

하지만 인제 와서 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마음 한쪽에 넣어둔 채 접종하겠다고 했다. 의사는 “해열제(타이레놀)와 위장보호제를 처방해주겠다”며 “열이 심하게 오를 경우 복용하라”고 말했다. 실험실에 들어가는 생쥐의 심정을 안고 주사실로 향했다.

주사실에서는 간호사가 백신 병에 주사기를 꽂아 백신을 담고 있었다. 저것이 최소잔량(LSD) 주사기일까. 간호사는 “최소잔량 주사기가 맞다”며 “보통 한 병당 10명 내외로 맞는다. 백신을 한번 개봉하면 6시간 이내 사용해야 하는데 노쇼가 발생할 경우 남은 만큼의 백신은 폐기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예비명단을 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사는 이윽고 “따끔합니다”하는 말과 함께 왼쪽 어깨에 바늘을 꽂았다. 바늘이 들어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뽑혔다. 체감상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굉장히 드라마틱한 순간이 연출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순간은 찰나처럼 지나갔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기조차도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접종 직후 병원 화장실에서 촬영한 기자의 백신 접종 부위. 접종 당시에는 별 다른 이상이 없었다. [촬영=신용수 기자]
접종 직후 병원 화장실 거울을 이용해 촬영한 백신 접종 부위. 접종 당시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 [촬영=신용수 기자]

≫ 38.4도까지 치솟은 고열, 한켠에 남은 불안감

접종을 마친 뒤 약국에서 처방약을 받아들고 즉각 집으로 귀가했다. 처음에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었다. 주사를 맞은 왼쪽 어깨가 살짝 아프기는 했지만, 업무를 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증상은 이날 기사 마감을 마친 8시쯤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치 술 마신 다음 날처럼 머리가 띵하고 몸이 무거워졌다. 약을 먹어야 할까. 약을 언제부터 먹어야 하는지를 찾아봤다. 대한의사협회가 3월 발표한 대국민 권고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시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해열제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항체 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몸이 점점 힘들어져 견디기가 버거웠다. 머리는 점점 더 아파 왔고 으슬으슬 떨리는 오한이 느껴졌다. 

의사인 친구에게 복용을 어떻게 할지 물었다. 그는 서울 소재 대학병원 소속 내과 전문의로 이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았다. 친구는 “해열제 있으면 바로 먹어라”라며 “나는 원래 약을 잘 먹는 편이 아니라 버텼는데, 다음날 힘들어 죽을 뻔했다. 몸에서 반응이 온다면 바로 약 먹고 쉬어라”고 조언했다. 친구의 조언에 따라 바로 처방받은 약을 복용했다. 

약을 복용하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몸이 진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두통도 줄어들었고, 오한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내도 얼마 뒤 집에 도착했다. 아내에게 집안일을 부탁한 뒤 잠을 청했다. 내일에는 더 이상 부작용이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기자의 기대는 다음 날 오전까지 이어졌다. 아침에는 머리가 그다지 아프지 않았고 오한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접종 부위가 어제보다 근육통이 심하게 느껴졌다. 기자는 몸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본 뒤 기사를 작성하기로 했다. 독자에게 접종 이후 몸 상태를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 까닭이었다. 다시 아파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만약을 대비해 다시 한번 처방받은 해열제를 먹었다.

이날도 기자는 재택근무였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아내를 일터로 태워준 뒤 업무를 위해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운전대를 잡은 왼팔에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두통이 심해졌고 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았는데도 오한도 느껴졌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한 근육통도 올라왔다. 부작용이 점차 심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전날 밤의 기대가 무색해졌음을 직감했다.

기자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해열제를 먹은 상태였는데도 두통과 오한이 온몸을 괴롭혔다. 몇 시간을 버텨봤지만, 업무를 더는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웠다. 오후 5시경 체온을 쟀다. 37.8도로 상당히 높았다. 다행히 주말이 있는 까닭에 기사 작성을 하루 정도 미룰 수 있었다. 겨우내 썼던 전기장판을 다시 꺼낸 뒤 그 위에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난 뒤에도 몸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체온은 오후 8시경 38.4도를 기록했다. 몸이 아프지 않은 것이 이상한 고열, 해열제를 먹었다는 사실이 무색해졌다. 일각에서는 하루 이틀 지나면 가라앉는다는 말도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나는 전초 증상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해열제를 또 복용해야만 했다.

접종 이후 하루가 넘도록 발열과 오한이 지속했다. 접종 다음 날 오후 내내 체온 38도 이상을 기록했다. [촬영=신용수 기자]
접종 이후 하루가 넘도록 발열과 오한이 지속했다. 접종 다음 날 오후 내내 체온 38도 이상을 기록했다. [촬영=신용수 기자]

기자의 증상은 거의 하루가 지나갈 때쯤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밤 11시경 일어나 체온을 재자 36.7도가 나왔다. 증상이 더는 심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안고 다시 한번 잠을 청했다.

다음날이 왔다. 다행히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다만 백신을 접종받았던 왼쪽 어깨는 여전히 욱신거렸다. 하지만 불안감은 지울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오가 지나서 몸이 조금 무거워짐이 느껴졌다. 체온을 잰 결과는 37.4도였다. 발열 상태는 아니지만 정상으로 보기에는 다소 높은 수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전날의 고생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기에 서둘러 해열제를 복용했다. 

다행히 그 이후 기사를 작성하는 시점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감출 수 없다. 혈전증이나 신경마비 등 일부 심각한 부작용은 백신 접종 이후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주 뒤에 발생한다. 기자에게 더 이상 부작용이 없으리라 장담하기엔 너무나 이른 시점이었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은 줄어들었지만, 또 다른 불안감이 커졌다.

백신 접종 전후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자가 느꼈던 감정은 ‘확실과 불확실 사이’ 그 어딘가에 있었다. 백신을 맞았고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 날이 가까워졌다는 점은 확실했다. 하지만 발열‧오한 등 부작용을 겪으면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은 물음표로 남았다. 증상이 가라앉았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언제 또 부작용이 심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기자를 재차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불안감은 2회차 접종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자의 다음 접종일은 1차 접종일인 6일로부터 11주 뒤인 7월 22일이다. 물론 의료계에서는 2차 접종이 1차보다 부작용 빈도와 강도가 현저히 낮아진다고는 말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나에게 발생하면 100%인 것이 부작용이다. 한번 홍역을 치렀던 기자로서는 불안감을 마냥 잊을 수는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백신 접종에 대해 고민한다면, 기자는 백신이 지금 당장 꼭 필요한 상황인지를 묻고 싶다. 해외 방문이나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불안감 등 자신이 백신을 꼭 맞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빨리 맞는 것이 좋다. 하지만 당장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굳이 노쇼 백신을 서둘러 맞을 이유는 없다. 

코로나19에 대한 ‘확실’한 대비와 백신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한 믿음 중 어느 지점에 무게추를 두느냐에 따라 노쇼 백신의 선택 여부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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