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약가재평가를 통해 3천여품목에 대한 보험약가를 인하할 방침이라고 밝힘에 따라 가뜩이나 냉각된 제약경기가 더욱 얼어붙고 있다.

당초 복지부는 10월중 약가재산정 및 제약사 청문을 거친 후 1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으나 자료조사 지연 등의 이유로 연기돼 제약사들은 연내 시행이 불발되길 기대해왔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난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제출해 의약분업 성과 및 과제에서 '최근 외국약가 등의 변화를 반영해 3천여 품목에 대한 약가인하를 추진하는 약가재평가를 연내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주중에 세부기준 마련을 완료하고 11월부터 제약사를 대상으로 청문과정을 거친 후 늦어도 12월 중에는 시행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복지부 방침이 확인되면서 제약사들은 자사 제품이 얼마나 인하될 것인지 벌써부터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반기들어 대다수 제약사들은 올 매출 목표대비 70-80% 달성에 그친 상태이다.

때문에 제약사들은 영업회의를 열고 팀원들에게 목표달성을 강요하고 있으나 예전과 같이 도매업소 등 거래처에 무조건 밀어 넣을 수 없는 약업환경변화로 영업사원들 역시 四面楚歌에 빠진 상태이다.

제약사들의 영업부실은 이미 예고된 사항이다. 의약분업 이후 영업특수를 누리던 2000년, 2001년 성장률 기준으로 올해 매출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에 의약분업 특수가 사라진 현 시점에서 이같은 목표를 맞춘다는 것은 語不成說로 부각되고 있다.

내부적으로 이같이 매출부진으로 인한 진통을 겪고 있는 제약사들이 복지부라는 강적을 상대로 약가인하 압박을 이겨내야만 하는 국면에 직면했다.

복지부가 약가를 재평가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조치일 수 있다.

IMF체제에서 당시 환율이 1,600-1,800원의 최고치를 기록할 때 이같은 환율을 반영했던 의약품 보험약가가 그동안 환율이 1,100원대까지 떨어졌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부분을 명심해야 한다.

환율인상시에는 앞다투어 곧 바로 가격인상에 반영하던 제약사들이 인하시에는 뒷짐지고 나 몰라라 한 부분이 모두 환자들의 부담과 보험재정 압박요인으로 작용했다.

오히려 국내 약값이 선진 각국의 가격보다 싸다며 불평만 늘어 놓았다.

늦은 감이 없지 않겠지만 이같은 불합리한 약가는 재평가를 통해 현시점에서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인하가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인하로 이어져 전반적인 제약사들의 이익구조가 악화된다는 점을 재고해야 한다.

또한 복지부가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을 활성화시키기 의해 생동성을 실시한 품목은 약가책정에서 동일성분 최고가의 80%까지 인정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약가재평가를 통해 3천여 품목의 약가를 인하하겠다는 채찍을 가하는 등 어느 장단에 춤을 추워야할지 혼란스럽기만 한다.

결국 인하된 품목은 가차 없이 죽이고 생동성을 실시해 새롭게 약가를 받아야 하겠다는 제약사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격인하에 따른 손실이 큰 제약사들은 또 다른 방법으로 그 손실을 보충한다면 다람쥐 채바퀴 도는 식의 환자들만 매번 희생양이 될 것이다.

이 모든 혼란이 의약분업 시행으로 빚어진 점을 감안할 때 복지부는 수치상 얼마의 보험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전시행정적인 약가인하 보다는 일관성 있는 가격관리체제를 구축하는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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