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9돌 특집Ⅱ] 선택 아닌 필수 ‘오픈 이노베이션’
제약 영업ㆍ마케팅 코프로모션 

고기현 부장(레킷벤키저 마케팅부 헬스케어팀) 

과거부터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코프로모션은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최근 약가인하와 내수시장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제약업계 환경에서 사업다각화라는 측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코프로모션은 상류(Upstream) 제약사의 상품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계약을 맺은 양사가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인데 집중적인 영업이 필요한 국내 제약산업의 특성상 다국적 제약사들은 매출 확대와 시장 방어를 위해 대규모 영업 인력을 모색했고, 영업인력은 있지만 오리지널 품목이 부족했던 국내 제약사와는 손발이 잘 맞아 코프로모션은 더욱 확대됐다.

특히 이런 흐름은 제약회사의 제약영업과 제약마케팅의 환경을 많이 변화시키게 됐다. 서로의 장점을 충분히 이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해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해왔다. 자사의 제품을 경쟁품에 대해서 방어하고자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매출 증대 수준 코프로모션

코프로모션은 국내 제약사가 단순히 다국적 제약사 제품을 도입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국적사와 국내 업체가 함께 종합병원, 의원 등 판매처를 나눠 공동으로 판매하는 영업 방식이다.

공동 마케팅의 개념 

- 마케팅 과정에서의 기업 간 협력은 크게 라이센싱(Licensing), 코프로모션(Co-promotion), 코마케팅(Co-marketing)으로 구분해 볼 수 있음.
- 코프로모션은 상류(Upstream)제약사의 상품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상류와 하류(Downstream) 두 기업이 동일한 상품을 소매단계에서 판매하는 것임. 즉 같은 브랜드를 같이 판매함.
- 코마케팅은 하류기업에게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며 도매거래 가격과 조건을 형성하고, 하류기업은 자신이 구입한 상품을 자신의 브랜드와 상품 구성을 통해 판매함. 1개의 제품을 다른 제품명으로 허가받아 두 개의 회사가 판매하는 것을 지칭함.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하면 다국적 제약사는 종합병원 영업을 맡고, 국내 제약사는 의원 영업을 담당하는 게 보통이다.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거나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 제품이 주로 코프로모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4년 4월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크레스토’는 유한양행이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다. 2010년 진통제 시장을 석권한 한국얀센의 ‘울트라셋’도 특허만료를 앞두고 대웅제약과 코프로모션을 체결했었다.

‘제품력=다국적사', ‘영업력=국내사'라는 등식이 성립하고 있는 것이 제휴가 활발한 이유이다. 이렇듯 코프로모션 계약 체결이 많다 보니, 동일 질환 영역에서 품목이 겹치는 경우가 늘어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었다.

2014년에 제약회사 역사상 처음 1조 매출을 달성한 유한양행의 실적 비결은 바로 적극적인 다국적제약사의 제품을 판매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한양행이 이 같은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른바 ‘코프로모션’의 성공에서 찾을 수 있었다. 대표 품목인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 당뇨 치료제 ‘트라젠타’,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는 모두 연간 매출이 500억 이상이 되는 제휴품목 삼총사다.

물론 이와 관련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한국 1등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을 대신 영업·판매해 일정 부분의 수익률은 가져갈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신약 연구·개발(R&D)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코프로모션을 취소할 경우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감소 타격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여전히 국내제약회사와 다국적제약회사의 협업에 의한 성과 달성은 제약 마케팅과 영업에서 하나의 큰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영업력이 강한 제약사는 다국적제약사와 공동마케팅을 통해 매출손실을 충당하며, 다수의 제약사들도 이런 형태의 사업다각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대웅제약과 다이이찌산쿄의 10년 이상의 코프로모션 전략적 제휴관계를 제약업계의 가장 시너지 있고 긍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국내-다국적, 국내-국내, 다국적-다국적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 다국적사의 오리지널 제품은 이미 효능이 검증되고 임상 논문도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영업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또한 제너릭(복제약)이 아닌 오리지널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리베이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점도 국내 제약사들이 코프로모션을 선호하는 배경이다.

다국적 제약사도 국내 제약사가 내미는 손을 굳이 뿌리칠 필요가 없다. 코프로모션은 국내 제약사의 영업력을 빌려 매출을 크게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이와 함께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 제품의 경우 수많은 제너릭과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영업력이 강한 제약사와 손을 잡는 게 유리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의원급 병원 비중이 높다. 밀착 영업이 필요한데 다국적사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다국적사-다국적사, 국내사-국내사끼리 협력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내사-국내사의 경우는 토종신약들이 대형제약사 영업력을 만나 처방액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내사끼리 공동 판촉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한미약품과 손잡고 공동 판매에 들어간 간장약 ‘고덱스'(셀트리온제약)는 전년대비 17% 오른 265억 원(유비스트)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271억 원을 올린 우루사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고 한다. 안국약품이 2014년 3월부터 공동 판매에 나서고 있는 골관절염 천연물신약 ‘레일라'도 2015년에 164억 원을 올리며 경쟁이 심한 골관절염 시장에서 연착륙하고 있다고 한다.

동아ST가 판매에 나선 국산 소염진통신약 ‘아셀렉스'(크리스탈지노믹스)도 종합병원 입성 숫자가 늘면서 올 한해 기대주 중 하나다. 신약 숫자가 줄어들면서 영업력이 강한 대형 제약사들이 국내 경쟁사가 개발한 신약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사-다국적사의 경우는 한국화이자제약과 한국BMS가 항응고제 ‘엘리퀴스’로 손을 잡았다. 이 경우는 같은 병원과 고객을 함께 방문 및 관리해서 집중적인 관리를 하는 더블 히팅(Double-Hitting) 모델을 추구했다. 다국적사끼리 협력의 결과가 좋지 않았던 예도 있는데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한국BMS의 당뇨병치료제 ‘온글라이자’ 사례이다. 결국 성공과 실패는 매출과 마켓쉐어로 판가름 나는 것이다.

이렇게 아무리 제품력이 좋아도 시장에서의 경쟁상황과 그 제품을 마케팅하고 영업하는 조직의 적응력과 공격력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제휴하는 품목의 영업 마케팅이 더 어렵고 까다로운 것 같다.

코프로모션이 제약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제약사들이 유통·영업 네트워크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국적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매출이 늘면 그만큼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기 때문에 위축된 제약시장을 일으킬 수 있는 기폭제는 분명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프로모션 한계와 과제점

최근에는 문제점도 많이 발견되고 있는데 다국적 제약사와의 계약이 만료됐을 때다. 일반적으로 3~5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다국적사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국내사는 매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매출 규모가 큰 제품일수록 그 영향은 더 클 수 있다.

그래서 국내제약회사 입장에서는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과도한 에너지를 쓰기 보다는 계약 종료 시점에 맞는 전략적인 단계를 그려가며 비즈니스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코프로모션/코마케팅 모두의 경우, 상류기업과 하류기업이 협의해 판매 목표량을 설정하는데 명시적으로 최소 판매 목표량 요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기도 한다.

판매 목표량 요구 자체가 문제되기 보다는 이러한 행위가 하류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포함한 여러 불공정 행위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두 기업이 마케팅 전략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모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베이트 등 불법적 행위의 주체는 하류기업인 국내제약사가 되겠지만 이러한 행위를 상류기업인 외국 대형제약사가 방치, 협조, 조장, 촉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계약서에 리베이트의 책임명시에 대한 부분을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고 쌍방간에 더욱 엄격한 내규를 가지고 있는 회사의 것을 적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코프로모션은 기본적으로 계약기간 내에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계약기간을 연장해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는 있으나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사들은 시장 도입 단계에서만 국내 제약사의 영업력을 활용하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판권을 다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과거 다국적 제약사 두 곳과 했던 코프로모션 계약이 끝나 판매권을 고스란히 돌려줬던 적도 있다.

다국적제약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장기적인 성장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적이고 경쟁력을 갖춘 신약개발보다는 제휴관계에 에너지를 쏟다 보면 동남아시아 나라들처럼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널 수도 있는 것이다.

자체 의약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동남아시아는 결국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에 점령당했다. 싱가포르는 수입의약품 비중이 97%에 육박하고 베트남, 태국, 대만도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니 정말 코프로모션의 장기적인 결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시점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창조적 노력

하지만 이런 흐름에 대해 차별화된 독자노선을 걷고 있었던 한미약품은 2015년에 대형 사고를 쳤다. 유한양행의 매출을 뛰어 넘는 실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미약품도 코프로모션 등의 제휴를 했지만 유한양행이나 대웅제약 등과 같이 본격적으로는(?) 하지는 않았다.

한미약품의 사례를 보면 코프로모션이 과연 우리나라 제약회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실패해도 좋으니 될 때까지 신약개발에 도전하자.” 이는 10년간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이 연구소장을 격려한 말이라고 한다. 제약사 매출의 35%가 판매관리비로 쓰인 국내 제약 현실을 생각할 때 정말 혁신적인 생각이고 행동이다.

우리나라 제약회사는 이렇게 판매중심적인 형태를 꽤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신약개발이 대세인 것처럼 당장 뚝딱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 코프로모션을 해도 코프로모션으로 얻은 이익을 건설적인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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