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은 팜뉴스 컨설팅부문 대표] 

30대 중반의 김철수 씨는 천식환자이다. 최근 증상이 자주 악화돼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의사는 철수 씨의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 fitbit 같은 제품)와 스마트폰으로 수집된 여러 가지 기록을 검토한 후, 스트레스나 공기 오염으로 인한 천식악화는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다른 치료법을 알아보기 위해, 철수 씨의 혈액검사 결과와 유전체 정보가 동일한 천식환자들에게 효과적이었던 약물들을 Watson을 통해 검색해 본 후, 치료약물을 변경했다.

헬스케어 패러다임은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빅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전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환자의 모든 기록(진단, 치료, 검사결과 등)을 전산화시킨 Electronic Health Records(EHR, 전자건강기록)을 병원 내 및 병원 간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여러 가지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의료계에선 위험요인 예측, 치료 최적화, 의료비용 감소 등을 목적으로 빅데이터 활용을 하고 있으며, 몇몇 사례를 소개한다.

>> 2020년 진료실 풍경

캐나다의 온타리오 공과대학병원에서는 인큐베이터 내의 미숙아로부터 얻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병원균 감염을 예측하고 감염징후를 조기 발견해 미숙아 및 의사전달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진단 및 치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에서도 중환자실 환자의 패혈증 위험요인을 파악해 조기 진단 및 치료를 함으로써 사망률 감소뿐 아니라 치료비 감소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만들어 냈다. 미국의 한 의료보험회사에서는 심근경색 환자 중 재입원 가능성이 높은 환자의 프로파일을 파악해 이들 환자들에게 추가 치료를 하도록 함으로써 재입원률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IBM에선 Watson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이용해 미국의 한 병원기록을 분석했고, 이를 통해 향후 1년 이내에 심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 8,500명을 가려내는데 성공했다.

Watson은 방대한 양의 최신 임상정보, 환자 및 보험기록 등 의료 빅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가장 연관성이 높은 정보를 추출, 의료진에게 제공함으로써 정확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실제 노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병원에서 1,000건의 암진단 정보를 Watson에 입력한 후 치료법을 제안토록 했는데, 종양전문가들의 의견과 99% 일치했다.

한 환자의 전자건강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s)은 평균 약 400기가바이트의 정보를 보유하고, 환자의 유전 정보를 추가하면 환자의 총 건강 데이터가 6테라바이트가 된다.

그런 다음 개인의 전체 데이터를 기존의 의학 문헌 또는 수천 명의 다른 유사한 환자와 비교해 제안된 의견은 전문의들뿐 아니라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에게 더욱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기존 치료는 one-size-fits-all이라는 개념이었는데, 각 개인의 유전정보, 환경, 생활요인의 차이를 고려한 맞춤의학(personalized healthcare) 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개인의 고유한 정보의 특성 분석을 통해 질환별 발생확률 계산이 가능하며, 개인에게 해당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적절한 선제 조치를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유전정보는 개인의 질환 발생위험과 약물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정보 분석을 통해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시행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암과 희귀질환은 유전정보 분석으로 진단 및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유전체 정보와 임상 정보의 빅데이터 구축 작업이 단일 국가 내 또는 국가 간 협력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 제약산업과 빅데이터

빅데이터 활용은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으로 의료기관의 94%가 표준화된 EHR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독감이나 특정 전염병의 발생이 어느 지역에서 일어나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독감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갑자기 증가한다면, 그 지역에서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는 의미로, 정부는 독감백신 및 필요한 자원을 우선적으로 해당 지역으로 보낼 수 있게 된다.

제약산업은 빅데이터 활용으로 R&D부터 pricing에 이르는 전과정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 발견(drug repurposing), R&D 효율성 증대, EHR을 이용한 신약 시판 후 부작용 모니터링 또는 신약의 새로운 효능 발견, manufacturing efficiency 증대, outcome-based treatment 데이터로 급여시장에서 경쟁우위 확보 등 여러가지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제약회사 간의 자료 공유로 항우울제로 사용되던 데시프라민(desipramine)이 폐암 치료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Genentech는 수십억 건의 환자 기록을 수초 내에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R&D에 활용하고 있다.

암 환자의 유형 및 치료 요법에 따른 결과를 이해함으로서 다양한 바이오마커(biomarker) 변경 및 다양한 치료 패턴이 실제 세계에서 임상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됐다. 그 결과로 신약 파이프라인이 풍부한 회사 중 하나가 됐다.

미국 버텍스 제약회사(Vertex Pharmaceuticals)는 낭포성 섬유종 재단(Cystic Fibros6is Foundation)에서 가지고 있는 환자 정보를 이용해 칼리데코(Kalydeco)라는 약물을 5년 만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신약 개발에 10-15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일이다.

Patientslikeme라는 질병 social network에는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 치료법을 공유하고 있는데, 제약회사들이 이를 임상시험을 위한 환자모집에 활용하고 있다. Patientslikeme에 가입된 환자는 5십만 명이 넘으며, 2017년 3월 현재 4만 건 이상의 임상시험이 환자모집을 위해 등록돼 있다.

머크(Merck)는 몇 년 전 백신개발 딜레마에 직면했다. 제조상 문제로 갑자기 폐기율이 높아진 것이다. 근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머크는 모든 백신의 개발 및 생산정보를 배치별로 수집해 분석했다. 150억 회의 계산과 550만 번의 batch-to-batch 비교를 통해 백신 생산의 발효 단계에서 특정 특성이 최종 정제단계에서의 수확량과 밀접하게 연관됐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 과정은 3개월 만에 완료돼 생산 수율 변동에 결정적인 해답을 구했다. 결국 제조과정에 빅데이터 솔루션을 사용함으로서 품질이 향상되고 비용이 절감된 것이다.

의료보험이 실시되는 경우 국가 또는 보험회사에서는 의료비용 억제를 위해 약가를 지속적으로 낮추려고 한다. 통상 알약 당 약가를 기준으로 비용 효율성을 평가하는데,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자사 약물과 경쟁제품들 사용 시 총 치료비용(입원기간, 재입원률, 검사비용 등)을 비교해 우월성을 입증했다.

신약은 시판 후 조사(post marketing surveillance)를 통해 약물 부작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EHR을 활용하면 단시일 내에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보 수집이 가능해지므로, 비용 및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또한 발생률이 극히 낮은 희귀한 부작용도 확인이 가능해져서 제약회사와 정부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빅데이터는 의료 및 제약산업에 4차 혁명을 일으키는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데이터의 수집 뿐 아니라, 가공 및 분석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학계 및 산업계에서는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를 육성해 수많은 의료 빅데이터를 의미 있는 결과물로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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