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코프로모션 ‘허와 실’

최근 제약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콜라보레이션’ 전략을 선택했다. 각 기업들이 안고 있는 장단점을 보완해 줄 최적의 마케팅으로 이만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다국적제약사의 제품력과 국내 제약사의 영업망은 한마디로 ‘찰떡궁합’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제약 산업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서도 그렇듯, 변심에 따라 혹은 더 좋은 인연에 이끌려 또 다른 만남에 눈을 뜨는 것처럼 이러한 경우는 제약업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얘기를 통틀어 ‘코프로모션’이라는 전문용어를 사용한다. 이에 대한 성공과 실패, 현황과 전망, 문제점 등에 대한 집중 분석을 통해 국내 제약산업의 ‘코프로모션’을 짚어본다.

무한경쟁 타파할 대안으로 ‘코프로모션’ 지목

제약회사의 가장 큰 고민은 신제품을 통한 매출 증대인 만큼 원활한 판매는 모든 기업들이 안고 있는 숙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녹록지 않은 영업환경으로 이는 쉽지 않은 일인 만큼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한 개의 제품을 두 개 이상의 기업이 동일한 제품명으로 함께 판매하는 방식으로 기업 간의 파트너십에 기반 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영업 마케팅 기법인 ‘코프로모션’이 등장했다. 국내에서 주로 진행되는 코프로모션은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도입해 판매하는 형식이다.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마케팅 인력이 국내사에 비해 많지 않은 만큼 주로 종합병원급을 위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밖에 없다. 반면 국내사들은 전국에 지사를 설치하고 있어 동네에 있는 일반 개원의까지 영업망이 구축돼 있는 게 보통이다.

이에 다국적 제약업계는 영업망 확장에 따른 인력난 해소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국내 제약사들과 다방면적인 형태의 협업으로 이득을 내고 있다. 물론 여기서 국내사들도 제조사로부터 물건을 넘겨받아 유통 및 판매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일종의 도매상과 같은 셈인데 높은 품질의 오리지널 제품을 보유한 다국적제약 입장에선 국내 영업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데다 국내사에겐 매출 증대에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신약이 나와도 자체 영업망으로 만은 전국 규모의 모든 의원급을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넓은 영업망을 가진 국내사와의 코프로모션을 통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국적제약 제품력 - 국내사 영업력 ‘콜라보레이션’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활발한 코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업계 1위의 유한양행.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도입신약이 이 회사의 전체 성장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한양행이 길리어드 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해 판매 중인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는 가장 많이 처방되는 블록버스터급 전문의약품 중 하나로 지난해 1,39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대비 26.6% 성장한 수치다. 여기에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와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는 베링거인겔하임과 코프로모션 계약을 이어오면서 각각 973억 원(전년비 14.7%)과 832억 원(전년비 10.0%)의 매출을 올려 1,805억 원을 합작했다.

베링거인겔하임 관계자는 “양사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회사 대표들은 물론 실무진이 정기적으로 미팅을 갖고 전략적 방향과 실행 방법 등에 대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13(312억 원)’과 HIV치료제 ‘스트리빌드(263억 원)’까지 코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제품들까지 합치면 유한양행이 지난해 코프로모션으로 벌어들인 매출액은 3,509억 원으로, 전년보다 16.9% 증가했다. 도입 신약의 매출이 성장을 이끌어 낸 것.

이로써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액은 한미약품이 2015년 기록했던 제약업계 연 최고 매출액이었던 1조 3,175억 원을 경신했다. 유한양행의 3년 연속 ‘1조 클럽’ 달성에는 사실 이 코프로모션을 통한 실속 챙기기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제약업계 2위의 녹십자도 코프로모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허은철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가 가동되면서 일각의 우려도 있었지만 허 대표는 코프로모션 연장 계약 등 다양한 성과를 이뤄내며 성공적인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13년부터 MSD와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에 대한 공동판매 계약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9’에 대한 국내 공동 영업 및 마케팅을 연장했다. 여기에 ‘가다실’까지 추가 확보하면서 새로운 ‘캐시카우’를 얻게 됐다.

국내 유일한 대상포진백신인 조스타박스는 지난해 8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해 녹십자의 외형 확대에 힘을 실어줬다.

실제로 이 회사 백신제제 매출은 지난 2013년 1,700억 원대에서 조스타박스가 합류한 시점인 2014년에 2,200억 원대로 늘었고 2015년엔 2,600억 원대로 증가했다.

특히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된 가다실은 작년 11월 말 기준 무료접종 대상자 중 80%가 접종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가다실에 고위험군 HPV 유형 5가지를 추가한 가다실9은 최근 소아청소년 대상 2회 접종에 대한 승인을 받는 등 향후 녹십자의 매출 신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외에도 녹십자는 한국BMS의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를 도입해 판매한 매출액만 지난해 약 1,000억 원에 이른다. 이미 품질을 인정받은 다국적사의 블록버스터 제품을 하나만 제대로 잡아도 이 정도 매출을 올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화이자제약과 제일약품이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찰떡궁합’도 빼놓을 수 없다.

제일약품은 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 골관절염치료제 ‘쎄레브렉스’, 통증치료제 ‘리리카’ 등을 도입하고 공동 판매를 진행 중이다. 이들 세 제품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000억여 원에 달한다. 더욱이 지난해 말부터는 발기부전치료제의 대명사인 ‘비아그라’까지 판매에 나서기로 하면서 두 회사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보령제약도 공동판매 비중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먼저 지난해 안국약품의 주요 매출을 차지했던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배뇨장애 증상개선제 ‘하루날디’와 과민성방광염 치료제 ‘베시케어’가 보령제약으로 판권이 이전됐다.

이 품목들은 각각 연 매출 600억 원, 250억 원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이다. 이 외에도 로슈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타쎄바’, 릴리의 GLP-1 유사체 트루리시티 등에 대한 공동판매 계약도 맺었다.

CJ 헬스케어도 아스트라제네카와 연간 200억 원대 약물인 SGLT-2 억제 계열의 ‘포시가’를 비롯해 ‘직듀오’까지 공동 판매 계약을 맺으면서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했다.
이 같은 코프로모션 활동은 국내사 매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실 국내사가 자사의 제품만으로 높은 매출액을 달성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품질을 인정받은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들은 회사 매출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실제로 코프로모션 제품들이 매출액으로 집계될 경우 제약사의 실적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인’에서 ‘친구’로 약업계도 마찬가지

이들 기업처럼 오랜 기간 기존 파트너십을 공고히 유지해 오며 양쪽의 이득을 챙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국MSD와 대웅제약, 종근당의 삼각관계다.

MSD는 기존 유지해 오던 대웅제약과의 파트너십을 정리하고 작년부터 종근당과 ‘단짝’ 관계를 형성했는데 이러한 양사의 파트너십을 통해 두 회사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김영주 대표 체제로 지난 2년 간을 보내온 종근당의 ‘매출 신화’를 일군 원동력은 단연 코프로모션 전략이었다.

종근당은 지난해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 영업이익은 612억 원으로 전년대비 43.4% 늘었고 매출은 8,320억 원으로 전년보다 40.4%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409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MSD로부터 판권을 획득한 신약 제품들이 급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 지난 1941년 설립 이후 매출 신기록을 갈아 치운 것이다.

종근당이 MSD로부터 도입해 판매하고 있는 DPP-4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치료제인 ‘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XR’, 고지혈증치료제 ‘바이토린’, ‘아토젯’ 등은 2,000억 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효자품목’이다.

의약품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5개 제품의 원외 처방실적은 자누비아 452억 원, 자누메트 679억 원, 자누메트XR 332억 원, 바이토린 489억 원, 아토젯 226억 원 등 총 2,178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다수 제품에 대한 판권을 종근당에 넘겨준 대웅제약으로서는 2,0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순식간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지만 발 빠른 대처에 나선 대웅의 절박한 노력이 빛을 발했다.

회사는 먼저 당뇨약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반격에 나섰다.
대웅제약은 DPP-4 억제제 계열 ‘자누비아 패밀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LG화학과 손 잡고 ‘제미글로’에 대한 판매를 시작했다.

그 결과 ‘제미글로’와 복합제 ‘제미메트’는 지난해 557억 원을 합작하며 전년 대비 101.7% 성장, 국산신약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연 매출 500억 원을 넘긴 국산 합성의약품 신약은 처음으로, 그 이면에는 대웅제약이 ‘자누비아’를 판매해온 영업 노하우가 뒷받침 됐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특히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블록버스터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인 동시에 코프로모션의 ‘약발’을 여실히 보여준 경우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제미글로의 갑작스러운 매출 성장이 대웅제약의 영업 합류 후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바이토린’과 ‘아토젯’ 등 고지혈증치료제 제품군의 빈 공백도 단숨에 메웠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2015년 매출 약 800억 원(유비스트 기준)의 ‘크레스토’에 대한 전략적 공동판매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 결과 크레스토는 지난해 737억 원의 원외처방실적을 기록했으며 대웅제약은 판매금액의 100%를 매출로 반영했다.

이와 함께 관계사인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을 통해 종근당에 원료 판권을 빼앗긴 글리아티린의 충격 흡수에 나섰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앞서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이 2015년 74억원에서 지난해 454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글리아티린’을 판매했던 영업력을 새로운 제품에 투입하자 즉각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 외에도 대웅제약은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소화성 궤양용제 ‘넥시움’과 한국다이이찌산쿄의 고혈압치료제 ‘세비카’를 도입해 판매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웅제약의 매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은 반 정도 성공한 셈이라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역할 분담-효율성 제고’ 아닌 ‘협력-시너지 창출’ 성공 요인

코프로모션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경구용 혈당강하제 시장이다.
현재 국내 경구용 혈당강하제 시장에서 대세로 일컬어지는 DPP-4 억제제를 놓고 보면 국내에는 총 9개 성분의 DPP-4 억제제 브랜드(단일제와 복합제 포함)가 출시돼 있다. 이 중 2016년 3분기 매출 기준으로 상위 1, 2, 4, 5, 6위 5개 브랜드가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간의 코프로모션으로 진행돼 왔다.

자누비아는 MSD-종근당, 트라젠타는 베링거인겔하임-릴리-유한양행, 가브스는 노바티스-한미, 온글라이자는 아스트라제네카-일동제약, 네시나는 다케다-제일약품이 공동 판매해왔다.

이 밖에 제미글로와 가드렛은 각각 국내 제약사인 LG생명과학-대웅제약, JW 중외제약-안국약품이 공동 판매하고 있으며 테넬리아과 슈가논은 각각 한독과 동아ST가 단독 판매해 왔다.

이 중 자누비아 브랜드는 2007년 국내 허가 이후 꾸준히 시장 1위를 수성, 2015년에는 DPP-4 억제제 시타글립틴 단일제인 자누비아, 시타글립틴과 메트포르민 복합제인 자누메트 그리고 시타글립틴과 서방형 메트포르민 복합제인 자누메트엑스알, 세 제품이 한 해 동안 1,185억 원의 원외 처방액을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치열한 당뇨병 치료제 시장 경쟁 속에서 MSD와 종근당 파트너십의 첫 해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출시 이후 승승장구해왔던 자누비아는 2016년 시작부터 대내외적인 변화에 직면했다. 외부적으로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DPP-4 억제제 단일제인 가드렛과 슈가논, 복합제인 테넬리아엠서방정과 네시나메트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으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내부적으로는 기존 파트너였던 대웅제약 대신 종근당과 코프로모션 파트너십을 시작한 것이다. 일단 새로운 코프로모션 파트너십 첫 해의 성과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치열해진 시장 경쟁 속에서도 리더십을 유지했다.

이러한 성과에 대해 한국 MSD 자누비아 PM은 “자누비아는 풍부한 임상 근거와 처방 경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아 의료진들의 신뢰가 높은 치료제로 2016년 마케팅의 주요 과제는 신규 치료제들의 출시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로열티를 유지하는 것이었다”며 “새로운 코프로모션 파트너십에 있어서도 이 부분에 대한 기대가 높았는데 최근 의료진 대상의 인식 조사 데이터 등을 봤을 때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근당 자누비아 PM은 “종근당과 MSD의 코프로모션이 단순 역할 분담이 아닌 말 그대로 협력 형태라는 점이 이러한 성과를 창출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데 자누비아 영업 마케팅의 경우 외자사와 국내사가 종병과 클리닉을 나눠 맡는 형태가 아닌 양사의 담당자가 종병과 클리닉 모두에 배치돼 협력하는 방식에 기반하고 있다”며 “지난 11월 말 양사가 진행한 웹 심포지엄에 제약사가 개최한 온라인 심포지엄 사상 최대 인원인 1,293명의 의료진이 접속하는 등의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2017년에도 이와 같이 협력에 기반한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계약종료 시 실적 타격 우려도 … 안정적 매출 우선, 신약개발 뒷전

국내 제약기업들이 매출 부문에서 ‘숫자’를 올리기 위해 외자품목을 도입해 내실없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제약업계에서는 하나의 제품을 두 회사가 같은 제품명으로 함께 판매하는 ‘코프로모션’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실제 제약사들에게 이 전략이 얼마나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물론 코프로모션 제품이 제약사의 매출 신장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자칫 ‘헛배’만 불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업계에서조차 이런 코프로모션으로 얻는 수익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매출액이 가장 많은 유한양행의 경우 매출액이 매년 1조 원을 돌파하고 있다. 이중 작년 한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처방약 매출액의 경우 총 8,367억 원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서 코프로모션을 체결한 길리어드의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와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 ‘트윈스타’ 등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판권을 사들인 도입품목의 매출액은 총 3,196억 원으로 처방약 매출액의 약 38%를 차지했으며 총 매출로 봤을 때는 2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유한양행의 1조 매출에서 4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가 코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물론 유한양행도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최근 신약 개발 연구에 적극 투자하는 등 다방면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유한양행의 매출에서 도입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7.2%에서 2015년엔 26.8%, 지난해엔 26.7%로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도입신약이 회사 외형 확대에 기여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리스크 대비책도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코프로모션 계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괜찮겠지만 파트너십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국내 제약사들은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계약이 종료된 이후 판매가 부진해질 경우 국내사에서 재고를 떠안게 될 리스크도 있다.

실제로 동아ST는 코프로모션을 진행하던 GSK의 ‘세레타이드’, ‘헵세라’, ‘제픽스’와의 계약이 지난해 말 종료됐고 한미약품도 도입해 판매하던 한국노바티스의 ‘가브스’, ‘가브스메트’의 판권이 회수되면서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허약 체질’ 개선은 숙제 … 해답은 ‘자체 신약’

2017년 한국 의약품 시장은 국내 생산액 기준으로 4~5%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내 의약품시장은 해외 도입의약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내수 생산기준으로는 성장이 높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연 매출액 1조 원을 넘어선 유한양행이나 녹십자뿐 아니라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제일약품 등 우리나라 굴지의 제약사들은 대부분 다국적 제약사들과 코프로모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의 코프로모션에 따른 외형확대의 이면에 수익구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국내사들은 영업력 제공에 따라 약 10~20% 내외의 수수료를 받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게 되는데 문제는 현재 국내사들이 대행판매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전 매출액을 자사의 매출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실제 생산한 제품이 아닌데도 코프로모션 계약에 따라 판매하는 제품의 매출액을 자사의 외형 규모 확대에 활용한다면 제대로 된 기업 평가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신약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제약사 입장에서 언제까지 남의 제품만 팔아 실속 챙기기에 나설 것이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여기에 약가인하는 지속되고 있는 데다 블록버스터급 신약의 출현도 예전같지 않아 국내사 간 도입품목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외형 유지에 집중하는 국내 제약사들로서는 코프로모션 품목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만큼 재계약 시점에서 도입품목 확보를 위한 제약사 간 경쟁은 불가피 한 상황이다. 이 같은 도입품목 유실 우려에 따른 경쟁 심화는 결국 수수료 비율을 낮추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이중고에 의한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롱런’을 위해서는 자체 개발한 신약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프로모션이 단기적으로는 매출액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게 사실이다. 이에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코프로모션을 통해 확보한 수익을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제약사는 파트너십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득과 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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