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감하면서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지만 대통령 탄핵과 새정부 출범 등 그야말로 숨가쁘게 달려운 2017년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문제인 케어’를 비롯해 리베이트 등의 혐의로 대형제약사 오너가 구속되는 등 의약업계에도 한마디로 다사다난했다. 올 한 해 전체 제약업계를 돌아보면서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 결산해 보았다.

의약품 품목허가 갱신ㆍ주사제 전성분 DMF 스타트

한번 허가받으면 중대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았던 의약품 품목허가. 물론 의약품 재평가를 통해 재점검했지만 그동안 체계적이고 실효적인 의약품 안전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했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3년 1월에 약사법 개정(제31조의 5 신설)을 통해 5년 단위로 의약품 품목허가 갱신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2013년 1월 이후 허가된 의약품은 5년의 유효기간(희귀의약품 10년, 재심사 대상의약품은 재심사 종료일로부터 5년)이 만료됨에 따라 지난 6월부터 품목허가 갱신을 신청하게 됐다. 2017년 11월까지 품목허가 생신이 신청된 건수는 500여건에 이른다고 식약처가 밝힌 바 있다.

2013년 이전에 품목허가를 받거나 신고 된 모든 의약품(원료약, 수출용은 제외)을 일시에 품목허가를 갱신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어렵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효군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이에 2013년 품목허가를 받은 품목이 올해 갱신을 신청한 데 이어 유효기간이 2018년 9월 30일인 ▶전신마취제(분류번호 111) ▶최면진정제(112) ▶항전간제(113) ▶각성제 ▶흥분제(115) ▶진훈제(116) ▶정신신경용제(117) ▶기타 중추신경용약(119) 등은 만료일 6개월 전인 2018년 4월말까지 신청해야 한다.

이어 유효기간이 2018년 12월 31일인 해열, 진통, 소염제(114) 등의 일반의약품은 2018년 6월말까지 신청해야 하므로 다수의 품목허가를 보유한 제약사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몇 차례 민원설명회를 통해 그동안 약사법령 등에 준한 업무를 충실히 이행해 왔다면 이들 자료만 충실히 취합해 양식대로 제출하면 된다면서 큰 부담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품목 갱신에 필요한 자료가 ▶유효기간 동안 수집된 안전관리에 관련 자료 및 조치계획 ▶외국에서의 사용현황 및 안전성 관련 조치에 관한 자료 ▶유효기간 동안 수집된 품질관리에 관한 자료 ▶표시기재에 관한 사항 ▶제조ㆍ수입 실적에 관한 자료 등임을 감안할 때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한 품목 당 수수료가 404,000원(전자민원 363,000원, 퇴장방지의약품 222,000원) 역시 제약사들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갱신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제약사들도 문제지만 이를 심사해야 하는 식약처의 역량 역시 충분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식약처는 12월 25일부터 주사제 모든 성분에서 DMF(원료의약품등록제)를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는 1년 반 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쳐 25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지만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신규 주사제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제도라면서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기존 주사제의 모든 성분들이 DMF가 적용되지 않는 데 신규 허가품목부터 이를 적용하는 것은 시장진입을 차단하고, 주사제 수출을 포키토록 하는 제도라는 지적이다. 주사제의 품질 강화 차원이라면 기허가된 모든 주사제도 일정 유예기간을 허용해도 전성분을 DMF를 적용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내 항암치료 ‘급여시대’ 본격 개막

면역관문억제제의 본격적인 급여시대가 열리면서 2017년 항암제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은 한 해로 기록됐다.

올해 항암제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약물은 단연 항 PD-(L)1 비소세포폐암 3종 치료제. 그 주인공은 BMS·오노 ‘옵디보’, MSD ‘키트루다’, 로슈 ‘티쎈트릭’. 이들 3종 폐암약은 각각 ‘최다 적응증’ 타이틀과 ‘바이오마커’, ‘부작용 개선’을 필두로 저마다의 전략을 통해 항암제 시장을 공략했다.

옵디보는 총 6개 암 종에서 7개 적응증에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치료옵션이 제한적이었던 국내 암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 접근성 확대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키트루다는 PD-L1 발현율과 약제 효능의 관계를 입증하며 비소세포폐암 1, 2차 치료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면역항암제로 인정받았다. 후발주자 티쎈트릭은 기존 면역항암제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부작용 해소에 초점을 맞추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와 함께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영역에서의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사 간 경쟁도 주목할 만한 이슈였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한미약품은 각각 ‘타그리소’와 ‘올리타’를 통해 비소세포폐암 내성 치료 영역과 중추신경계 전이 폐암 환자에서 최적의 치료 옵션임을 강조했다. 다만 두 약제는 급여권 진입 과정에서 직접적인 비교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미 급여화에 성공한 올리타가 타그리소의 협상카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한때 한국시장 철수론 까지 언급됐지만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하며 본격적인 3세대 항암제의 급여시대를 열었다.

이처럼 올 한 해 항암제 시장에서 급여화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만큼 2017년을 실질적인 ‘문재인 케어’의 출발점이라고 보는 시각이 나오면서 내년 항암제 시장의 본격적인 강세를 예고했다.

‘글리벡’ 행정처분 두고 정부·환자 갈등

올해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첫 번째 사례가 나왔지만 행정처분을 두고 정부와 환자 간 갈등을 빚었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리베이트로 물의를 빚은 의약품에 대해 리베이트 액수에 비례해 1년 범위에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정지하는 제도.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지난 2011년 1월부터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된 이후인 지난해 1월까지 25억9,000만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적발됐다.

이에 복지부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에 대해서도 ‘급여정지’ 처분을 내려야 했지만, 환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행정처분 대상 42개 품목 가운데 9개 의약품에 대해 보험급여를 6개월간 정지하고, ‘글리벡’을 포함한 나머지 33개 품목은 55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전처분을 내렸다. 보건당국이 제약사에 대해 급여정지 처분을 내린 최초 사례이자 과징금 규모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글리벡’은 지난 2013년 6월 특허기간이 만료되면서 다수 제네릭이 등장했지만 의료계와 환자들은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효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글리벡’의 급여정지 처분을 강력 반대하고 나선 것. 여기에 ‘제네릭’을 오리지널과 동등하게 보는 식약처와 동일 성분이라도 다르게 약효가 발현될 수 있다는 복지부간 확연한 입장차가 드러나면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에 대한 논란만 확대시켰다.

아울러 최종적으로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 처분으로 결정되면서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국회에서는 제도 보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9명 국회의원은 리베이트 적발약제에 급여 정지에 앞선 제재조치로 약가를 인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급여정지를 대체하는 과징금 수준을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40%에서 60%로 높이는 입법을 추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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