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제약·바이오업계의 회계처리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그런데도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연구개발비를 과도하게 부풀리는 등 엉터리 공시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에는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이다가도 나중에는 ‘실수’였다는 식으로 무책임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어 ‘말 바꾸기’ 논란마저 자초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3일 팜뉴스가 2019년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상장제약사의 연구개발비(R&D)에 대한 전자공시를 확인한 결과, 차병원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차바이오텍’이 R&D비용을 과도하게 부풀려 표기한 것이 드러났다.

차바이오텍은 올 1분기, 전체 매출의 1.98%에 해당하는 24억원을 연구개발비에 썼다. 전년도 R&D 비율 32.97%에 비해 한참 급감한 수준이다. 이 회사의 작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연구개발비에만 1,611억원의 막대한 돈이 투입했다.

 

단순히 사업보고서만 보면 차바이오텍이 R&D에 쓴 돈은 셀트리온(2288억원)과 한미약품(1929억원)에 이어 국내 3위 규모다.

그런데 이렇게 막대한 돈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서도 이 회사는 아직까지 ‘연구개발중심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지 못하고 있다. 왜 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회사는 쓰지도 않은 돈을 무려 1600억원까지 부풀려 R&D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것처럼 사업보고서에 공시했기 때문.

실제로 차이오텍은 2018년도 전자공시 당시 연구개발비를 전년도 103억원보다 무려 1,500억원이나 많은 1,611억원으로 기재했다. 여기에 연구개발비를 자산화로 처리한 오류 금액도 124억원에 달했다. 시총 1조짜리 기업의 단순 오류라고 보기에는 의문투성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정당하게 회계처리 한 금액이다. 수치를 잘못 기재한 부분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본지가 차바이오텍을 취재하면서 확보한 첫 해명이다.

본지는 재확인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차바이오텍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실상은 2018년도 판관비(판매비와관리비) 총액을 연구개발비로 오기한 것으로 드러난 것.  결국 회사 측은 판관비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시인하고 이를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보면, 1,611억원 이라는 막대한 연구개발비는 현실에서는 쓰지 않았던 돈이란 게 밝혀진 셈이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진짜로 작년에 쓴 연구개발비는 얼마일까? 주석 사항에 경상연구개발비가 68억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차바이오텍이 지난해 투입한 R&D 비용은 약 8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연구개발비로 1600억원을 썼다는 이 회사의 주장과 20배 차이나는 규모다.

코스닥에서 제약바이오업종에 투자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아마도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 차바이오텍을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R&D에 가장 많은 돈을 쓴 곳 중 하나라고 착각했을 것이다”면서 “주식은 미래 기대감이 등락폭을 결정 짓는다. 제약·바이오업종에서 R&D는 기업에 대한 기대치를 정량화 한 수치와 같다. 회사가 미래 비젼을 잘못 제시한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바이오텍이 연구개발비와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게 이번이 처음 있는 일만은 아니다. 작년만 해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R&D 비용의 자산화에 대한 감리를 받은 바 있으며 2018년도 결산에 대한 회계법인의 감사에서도 연구개발비 문제로 홍역을 치룬 바 있다.

한편 이번 분기보고서에서 크고 작은 오류를 발생시킨 업체들은 더 있었다.

아이큐어는 당초 7억4천만원에 불과한 R&D 비용을 회계처리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며 두 배에 해당하는 수준인 14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오기했다. 애니젠도 정부 보조금 표기에서 오타를 범했다. 동성제약은 판관비 회계처리 금액을 2018년도와 올해 1분기를 모두 같은 금액으로 표시했는데 이마저도 엉뚱한 숫자를 기입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들 업체는 본지가 수치 확인을 문의하자, 그제 서야 단순 오류라고 해명하는 등 사전에 인지조차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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