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환율변동으로 기업들의 외화 잔고가 뜰쭉날쭉 하고 있다. 제약사들 역시 이 상황을 예민하게 받아 들이고 있다. ‘달러 비상금’에 따라 해외 충격에 대한 흡수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팜뉴스는 국내 주요 제약사 41곳이 보유한 외화 규모를 분석하고, 기업별로 ‘달러 부자’ 순위를 매겨봤다.

 

* 11일 서울외국환중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81.4원(연초대비 약 6% 상승)

美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차바이오텍이었다. 이 회사가 가진 달러 규모는 지난 3월 현재, 1억6200만불에 달했다. 지난 11일 기준 원화로 환산하면 1914억원 규모다. 이처럼 차바이오텍의 외화순자산 규모가 커진 데에는 자회사인 차헬스케어의 높은 외환보유액이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환율이 지금 시점에서 10% 상승하면 차바이오텍은 약 200억원의 이익을 챙기는 것도 가능하다. 반대로 환율이 10% 하락하면 이 회사가 보유한 200억원의 외화 가치는 증발하게 된다.

다만 차바이오텍이 가진 외화부채 900억원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외화순자산은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같은 외화부채를 감안해서 보면 실제 ‘달러 부자’는 따로 있었다. 바로 1억3000만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보유한 동아에스티였다.

이 회사는 1분기 이후 지난 11일까지 예상된 평가차익만 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로 1분기 환율이 연초대비 약 2% 상승한 만큼 외화환산(처분) 이익은 25억원을 기록했다.

동아에스티는 이번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많은 환산이익을 냈다. 만약 현 시점에서 환율이 10% 올라갈 경우 이 회사의 환산이익은 16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과거에는 안전자산 보유 경향과 해외 직접투자를 고려해 외화 보유액을 늘리는 편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환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자 외화 보유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고 있다. 작년에도 1억2000만 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매각했다. 앞으로도 외화 보유 비율을 축소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5000만불(약 569억원)을 보유한 GC녹십자가 국내 제약사로는 3번째 ‘달러 부자’에 낙점됐다.

주목할 점은 이 회사가 미국 달러뿐 아니라 유로화, 엔화, 캐나다 달러, 터키 리리화 등 350억원 규모의 다양한 국가의 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수출국 다변화 전략을 통한 녹십자의 새로운 시장 개척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녹십자는 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도 전략적인 방어태세를 취하고 있다. 급격한 자본이동에 대비할 수 있는 최종적인 안전장치를 가까이 뒀다는 얘기다. 실제로 회사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목적으로 금융기관과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했다. 약정환율로 고정해 환율 변동 위험을 최대한 피하는 방법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원재료 등 수입되는 외상매입금의 결제를 위해 US달러 등의 외화를 많이 보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환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선물환거래(Hedge)를 진행해 환손실에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기술수출 홈련을 터트리고 있는 유한양행도 ‘달러 부자’ 랭킹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의 달러 보유액은 4800만달러(약 568억원)로, 1분기 12억원의 외화 관련 이익을 냈다. 지난달에는 베링거인겔하임에 ‘YH25724’를 8억7,000만달러(계약금 4,000만달러)의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수령으로 인한 외화 보유액은 연내 1천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어 ‘달러 잔고’를 많이 쌓아둔 기업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약 469억원), 휴온스(약 338억원), 신풍제약(약 211억원), 경보제약(약 187억원), 코오롱생명과학(약 133억원), 휴젤(112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알보젠코리아와 셀트리온제약이 외화 순부채를 기록했고, 일본과의 거래가 많은 영진약품은 달러는 갚아야 할 금액 더 많았지만 엔화 보유로 인해 순자산 규모는 약 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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