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식약처가 최근 안구건조증 치료제(점안제)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공개를 본격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공개할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안구건조증 시장이 핫이슈로 급부상했다는 이유에서다. 팜뉴스가 전문가의 의견을 담아, 기획으로 임상 가이드라인 추진의 숨은 이면을 분석했다.

게티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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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약처, 안구건조증 치료제 가이드라인 마련한다 

지난 13일 도원임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연구관은 “의약품 심사업무 온라인 설명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마스크 사용이 증가하면서 안구건조증이 부차적으로 발생했다”며 “스마트폰 등 전자매체 이용 증가도 안구건조증 발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6월 안구건조증 치료 관련 임상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만들기로 결정한 이유”라며 “다만 약의 유효성을 평가할 때 객관적 징후(Sign, 의사 보는 소견)와 주관적 증상(Symptom, 환자가 느끼는 소견) 개선 입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담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안구건조증은 눈이 시리고 자극감, 이물감, 건조감 등을 느끼는 안과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안구건조증 환자 수는 2020년 기준 245만 명이다. 10년 전 186만 명에 비해 급중한 수치다. 고령화, 스마트폰 이용 등이 작용했다는 것이 식약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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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환자 수 증가 때문? NO! ‘FDA’가 먼저 움직였다

하지만 단순히 안구건조증 환자 수의 증가를 식약처가 임상 시험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만들기로 결심한 직접적인 이유로 해석할 수는 없다. 식약처 발표 속엔 ‘숨은 일인치’가 있기 때문이다. 

도 연구관은 당시 “업체에서도 점안제 등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많은 상담을 하고 있다”고 잠시 언급했다. 업체들의 임상시험 관련 문의가 급증했기 때문에 일종의 안내서를 만들어야겠다는 것.  

그렇다면 식약처 문의 급증의 모멘텀은 누가 제공했을까. 제공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FDA가 2020년 12월, 안구건조증 치료제 임상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2020년 12월 이전까지, FDA 역사상 안구건조증 임상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FDA가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중견 제약사의 한 임원은 “안구건조증은 임상 시험의 평가변수와 평가방법에 따라, 최종 임상시험의 성공과 실패에 큰 영향이 있다”며 “FDA가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서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고 국내 제약사들의 관심이 증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식약처가 가이드라인 제정을 예고한 흐름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FDA 안구건조증 치료제 임상 가이드라인 첫 페이지
FDA 안구건조증 치료제 임상 가이드라인 첫 페이지

# FDA가 끌어주면 신약 개발 가능성 UP ?

한림제약은 FDA 발표 직후인 지난해 2월 150억 규모로 안구건조증치료제 ‘RCI001’의 공동연구개발 및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안에 국내 임상 2상과 미국 2상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도 영향이 상당했다. HLB 테라퓨틱스는 지난 2월 FDA 가이드라인에 따라 안구건조증 치료 후보물질 ‘RGN-259’의 임상 3상 결과와 비임상(동물실험) 등에 대한 지표를 선정하고 Pre-BLA(바이오의약품 허가신청 전 회의) 미팅을 신청했다. 

한올바이오파마도 안구건조증 ‘HL036’에 대해 FDA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후속 임상을 설계하고 3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의 임원은 “안구와 눈물층(지질층, 수분층 등)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외부에 개방되어 있어서 눈물이 증발하기 쉽다”며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임상효과를 판단하는 지표에 따라서 임상 성공과 실패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때문에 FDA 가이드라인은 3개의 임상 3상에서 2가지의 3상 임상이 성공하면 최종 허가를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등장으로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면서 개발에 뛰어든 업체들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 안구건조증에 신약은 없다!

결론적으로, FDA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후속 임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국내 제약사도 안구건조증 신약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문의가 급증했고 우리 식약처도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그렇다면 이같은 흐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원인은 뭘까.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히알루론산 점안액은 안구건조증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이라며 “하지만 안구건조증 치료제가 아니고 마치 진통제처럼 안구건조라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해주는 용도로 사용된다. 근본적으로 안구 건조증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증상 악화를 막는 것도 아니다. 투약을 중단하면 증상이 다시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론, 히알루론산 점안액이 안구건조증으로 생기는 2차 질병에 대한 예방효과는 있다. 하지만 증상 완화나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다. 히알루론산 이외에 다른 약도 마찬가지다.  안구건조증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임상적으로 입증된 약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도 식약처가 움직인 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쟁자는 누구? Unmet Needs(미충족 수요) 넘처난다

물론.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엔 대표적인 약들도 있다. 앨러간의 레스타시스(성분명: 시클로스포린)·노바티스의 자이드라(리피테그라스트)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앞서의 약사는 “레스타시스는 눈 따가움 같은 부작용 때문에 오래 사용하는 환자가 적다”며 “자이드라는 비교적 최근에 허가됐기 때문에 효과성과 관련해서 데이터가 더욱 쌓여야 한다. 유럽 의약품청에서 같은 이유로 허가를 받는데 실패했다. 안구건조증 분야에 마땅히 사용할 약이 없기 때문에 히알루론산을 많이 쓰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앞서의 임원은 “히알루론산은 약가가 낮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 이외에도 몇 가지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시야흐림, 안구 자극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효과 측면에서 미충족 수요가 여전히 있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때문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들은 식약처의 임상 가이드라인 발표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 기업 상당수가 안구건조증 영역에서 혁신 신약(first in class target)에 연구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기업 상당수도 다르지 않다”며 “식약처가 발간한 안구건조증 임상 가이드라인이 FDA만큼 자세하거나 업계의 애로 사항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다면 신약 개발 속도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업계가 이번에 나올 가이드라인을 학수고대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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