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우울증 치료제로 쓰이는 '플루복사민'은 팬데믹 초기부터 꾸준히 학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코로나19 치료에 효능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과 다른 치료제 대비 약가가 저렴해 개발도상국이나 취약 계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경증 및 중증도를 앓고 있는 성인 환자에서 플루복사민이 별다른 치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은 코로나19 델타 및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한 기간 동안에 주로 확진된 케이스였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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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치료에 사용되는 '플루복사민(fluvoxamine)'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SSRI) 계열의 항우울제로 지난 1971년 다국적제약사 에보트가 '루복스'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특허 기간이 만료돼 현재는 복제약(제네릭)으로 판매되고 있다.

플루복사민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 2020년부터였다. 팬데믹 이후 전세계적으로 속출하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물질들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던 중에 플루복사민이 염증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이후 해외 연구팀들이 여러차례 연구를 진행하면서 효과성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이 떨어지는 등 상반된 결과가 나오면서 효과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 왔다.

실제로 미국감염학회(IDSA)는 COVID-19 치료에 대한 권고사항에서 플루복사민을 코로나19 외래환자에게 적용할 수도 있다고 권고했지만 의학적 근거는 부족한 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는 '코로나19 경증 및 중등도 외래 환자에서 플루복사민이 회복 시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美 듀크대 의과대학 연구진은 지난 2021년 8월 6일부터 2022년 5월 27일까지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람 중에서 2개 이상의 증상이 발현된 30세 이상 성인 128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미국 전역(91곳)에 있는 사람들 대상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의 중위 연령은 47세(IRQ, 38-57세), 성비는 여성이 57%로 조금 더 많았다. 또한 이들 중 67%는 코로나19 백신을 2회 이상 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실험군(플루복사민 복용군, n=674)과 대조군(위약군, n=614)으로 나눠 실험군에는 플루복사민 50mg을 1일 2회씩 총 10일 동안 투여한 뒤 회복하기까지의 시간을 비교했다.

그 결과 실험군은 12일(IQR, 11-14일), 대조군은 13일(IQR, 12-13일)로 집계됐다. (HR, 0.96 [95% 신뢰도, 0.86-1.06])
 

*자료=JAMA
*자료=JAMA

또한 복합 분석 결과(composite outcome), 플루복사민 투여군에서는 긴급 왕진, 응급실 내원 등을 겪은 환자가 26명(3.9%)이 발생했고 위약군에서는 23명(3.8%)이 확인됐다. 입원한 경우는 플루복사민 군에서 1건, 위약군에서 2건이 있었다. 사망은 두 그룹 모두에서 나오지 않았다.

또한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는 양쪽 그룹에서 모두 흔하지 않았으며 실험군 4.7%(n=29), 대조군 5.3%(n=30)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경증 및 중증도를 앓고 있는 외래 환자 1288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험을 진행한 결과, 플루복사민을 복용하는 것이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지속적인 회복 시간을 단축시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입원과 긴급 왕진, 응급실 방문 및 치료 후 28일까지의 사망 등의 요소를 포함한 복합 분석 결과에서도 플루복사민의 별다른 치료 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이 같은 결과에 따라 경증 및 중증도 코로나19 환자에게 플루복사민을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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