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한국얀센(이하 얀센) 측이 '콘서타 혼입 사고'의 원인을 밝혔지만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얀센은 제조소 작업자의 실수 때문에 용량이 다른 콘서타 용기가 박스에 혼입됐다는 입장이지만 사고의 자세한 경위를 밝히고 있지 않다.

국내 제약사 의약품 제조소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번 사고가 '미스터리 투성이'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배경이다. 심지어 식약처 차원의 재조사와 얀센 측의 공식 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티,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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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센 마약류 의약품 '식약처 철퇴',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7월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국내의 한 약국에서는 ADHD 치료제 '콘서타' 54mg 카톤 박스(종이박스)를 개봉했는데 36mg 콘서타 용기를 발견했다. 

그 이후 식약처 조사가 이뤄졌고 지난 2월 얀센은 콘서타를 포함한 마약류 18개 전체 품목에 3270만원의 과징금과 마약류 취급 업무 1개월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식약처는 행정 처분 사유로 "표시 기재 위반"을 공시했지만 단순히 콘서타 뿐 아니라 18개 품목 그것도, 글로벌 빅파마 얀센의 대다수 마약류 제품에 대한 처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얀센의 마약성 진통제인 '뉴신타서방정(타펜타돌염산염)', '듀로제식디트랜스패취12㎍/h(펜타닐)', '듀로제식디트랜스패취25μg/h(펜타닐)', '듀로제식디트랜스패취50㎍/h(펜타닐)', '듀로제식디트랜스패취100μg/h(펜타닐)'도 취급 업무 정지란 철퇴를 맞았다. 

지난 5월 8일, 팜뉴스가 사고 원인 대한 얀센 측의 입장을 질의한 이유다.

얀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외 공정에서 일어난 직원의 일시적인 실수"라며 "콘서타의 포장 공정은 자동화로 진행되지만 확인 결과 콘서타36mg 한 병(용기)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졌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작업자가 떨어진 약을 혼동해서 콘서타 54mg 공정에 투입해서 발생한 문제"라며 "식약처가 이를 '표시 기재 위반'으로 평가해서 행정처분을 내렸다. 한 건에 대한 행정처분이지만 저희 얀센이 판매하는 다른 마약류 전체에도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식약처 기준이 있었다. 그것에 따라 다른 품목도 영향을 받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 컨베이어 벨트에서 콘서타 용기가 떨어졌다? 

문제는 업계 관계자들이 사고 원인에 대한 얀센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국내 제약사 제조소 직원 A 씨의 말이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진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예를 들어 콘서타를 포장한다면 카톤과 용기에 각각 허가를 받는다. 포장재도 전부 엄격한 검수 절차를 거치고 카톤과 용기 개수를 정확하게 제조 지시 및 기록서에 기입한다. 포장 공정상 54mg 카톤(종이박스)에 36mg라고 라벨링된 병 용기가 들어갈 확률이 거의 없는 이유다. 이렇게 엄격한테 누가 그런 실수를 할 수 있겠나."

의문의 시선은 얀센 해명을 향해서도 쏟아졌다. 

얀센은 이메일을 통해 1차로 "지난 2022년 7월 25일 한 약국에서 콘서타® OROS® 서방정 54mg 카톤(종이박스)을 개봉했는데, 콘서타® OROS® 서방정 36mg라고 라벨링된 병 용기가 확인됐다"며 "54mg과 36mg은 기재 뿐만 아니라 라벨 색 등이 달라 쉽게 식별될 수 있었다"고 팜뉴스에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 B 씨는 "콘서타 36mg 용기가 54mg 종이 박스에 들어가는 것은 이쪽에 종사하면서 처음 듣는 일"이라며 "약국에서는 식별이 쉬운데 포장 공정 작업장에서는 식별이 왜 되지 않았는지를 모르겠다. 작업자 한 사람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진 콘서타 36mg 용기를 착각해서 넣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 있을까. 뭔가 숨기고 있지 않은 이상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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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센 의약품 혼입 사고 미스터리 

이른바 '얀센 콘서타 혼입 미스터리 사건'의 시작이다.

의약품 제조소 관계자들이 의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콘서타 54mg 포장 공정에 "왜 다른 약이 있었느냐"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콘서타 54mg과 36mg은 엄연히 다른 약이며, 그곳에 또 다른 감기약 또는 마약성 진통제들이 섞여들어 갈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얀센의 부실한 포장 공정상의 문제점이 보인다는 것.

때문에 취재진은 이번 진실을 살펴보기 위해 조금 더 '사건 속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얀센에 사고 경위를 추가로 물었고 얀센은 아래와 같이 2차로 입장을 보내왔다. 

"콘서타 36mg 병입이 마무리된 뒤 카톤(종이박스) 포장 이동 과정에서 콘서타 36mg 1병이 포장 컨베이어테이블 외의 장소로 떨어졌는데, 작업자가 이를 콘서타 54mg 포장 공정에 투입한 것이 1병의 포장 오류가 발생한 원인으로 밝혀졌다. "

얀센 관계자는 이어 "콘서타 36mg을 작업하고 현장을 정리한 뒤 54mg 포장을 해야하는데 앞에 공정에서 36mg 병(용기)가 떨어졌다"며 "바닥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데 있었던 것 같다. 앞에 떨어진 내용이 뒤에 올라갔다"고 전했다. 

앞서 팜뉴스는 "얀센이 그 다음 로트를 진행할 때 이전 공정을 완전히 끊고 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포장실 등 일정 공간에 쌓아두고 마음대로 포장한 것 아닌가, 그런 의심도 든다"는 국내 제약사 QC(Quality Control, 품질관리)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단독] 얀센 '콘서타 혼입 사고' 해명...But 커지는 의구심 참고)

실제로 36mg 포장 공정에서 떨어진 병(용기)가 다시 또 다른 용량(54mg) 공정 중에 혼입됐다는 면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QC(Quality Control, 품질관리) 관계자의 추정이 상당 부분 들어 맞았던 셈이다. 

이는 곧, 얀센이 콘서타 포장 공정의 관리를 상당히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추정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얀센 측은 해당 지적에 대해 1차 해명을 통해 "콘서타 제품 한 개의 오류였고 우리 프로세스는 문제가 없었다"며 "그 외에는 오류가 없었다.  한국에서 제조된 게 아니었다. 해외 공장을 전부 조사를 했는데 한 건이었고, 직원의 오류로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해명을 거듭했지만 사건은 미궁속으로... 업계 "식약처 즉시 추가 조사 돌입해야"

얀센 입장을 종합하면, ADHD 치료 시장의 선두 주자 '콘서타' 포장 공정에서 '사람의 실수'로 용량이 다른 용기가 콘서타 박스에 혼입됐고 그것이 약국가에 퍼졌지만 그것이 불과 '단 한 건의 오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얀센이 해외 공장에서 '어디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단 몇 줄의 간단한 문장만으로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원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작업자 실수라고 한다면 정확히 그 실수가 어떤 경위에서 일어났는지 설명을 해야 한다"며 "용량이 다른 콘서타 용기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진 상황 자체가 대한민국 제약 공장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컨베이어 벨트에서 실수로 떨어진 약을 다시 주워서 다른 공정에 넣는다는 얀센의 해명은 그 자체로 교차오염을 뜻하고 이것이 혼입사고를 일으켰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작업자가 누구든, 떨어진 약은 당연히 폐기함으로 향해야 한다. 한 줌의 먼지조차 허용하지 않는 것이 작업장 무균 환경인데 다른 약 박스 포장에 넣었다고 해명을 하니, 의혹이 점점 불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도 "콘서타 54mg 포장을 하는데 36mg 용기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인가"며 "기계 청소도 하지 않고 로트번호가 다른 콘서타를 마음대로 생산하지 않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용기 무게도 일일이 재서 기록하는 등 혼입 방지를 위한 필터링 장치가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이는 포장 공정의 모든 것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직원 한 사람의 실수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뿐이 아니다"라며 "21세기 시대에 콘서타 얀센이 36mg 용기만 추가 생산됐다고 말하는 것을 누가 믿겠나"며 "공장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어불 성설이다. 글로벌 빅파마인데도 생산 공정 전반을 신뢰할 수 없는 심각한 혼입 사고가 일어났다. 얀센 의약품은 콘서타 뿐 아니라 타이레놀 등 국민 다수가 지금 이순간에도 복용 중이다. 얀센 측의 공식 사과와 식약처 차원의 추가 현장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팜뉴스는 23일, '콘서타 혼입 사고'에 대한 식약처 입장을 물었다. 회신을 받는 대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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