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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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응민 기자] 지난 8월 1일부터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 중인 '세계 잼버리 대회'가 전세계 청소년들의 축제의 장이 되기는 커녕 국제적 망신살 수순을 밟고 있다. 무더위로 인한 온열질환 속출과 위생 및 보건 문제, 부실한 행사 운영 등이 그 이유다.

잼버리 대회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해 매 4년마다 열리는 행사로 전세계 보이스카우트 회원들이 합동으로 야영하며 각국의 문화를 교류하고 화합의 장을 이루는 국제 청소년 대회이다.

지난 1920년 영국 런던에서 제1회 잼버리 대회가 열린 이후 꾸준히 개최되고 있으며 이번 25번째 대회는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지난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문제는 대회 첫날부터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수백명 단위로 발생하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1일, 부안 지역의 최고 기온은 34.5℃를 기록하며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바다 위의 땅을 매립해 만든 새만금 지역 특성상 땡볕을 피할 자연그늘이 없었고 텐트나 천막도 턱없이 부족해 첫날에만 400명 이상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후 일평균 수백명의 환자가 생겨나며 대량의 부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고 결국 개막 3일만에 탈진 및 실신 환자에 사용하는 노말셀라인(생리식염수), 하트만용액 등 온열질환 의약품이 동이 났다. 조직위원회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전라북도와 전북의사협회, 원광대학교병원 등에 긴급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공급에 한계가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잼버리장 일대 부지는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겨 야영장 전체가 거대한 뻘밭이 될 정도로 배수 시설이 좋지 않았고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열악했다.

또한 밤에는 각종 해충이 창궐하며 습지와 무더위, 비위생적인 환경이라는 '최악의 환경'이 만들어졌고 이로 인해 각종 피부질환, 두통, 복통 등 다양한 환자가 발생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인 행보다.

식약처는 지난 5월부터 다수의 보도자료를 통해 잼버리 행사장의 위생상태를 점검하고 납품되는 식재료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8월 6일(일)에는 오유경 식약처장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식재료 공급시설과 식당 등 식음료 관련 시설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철저한 식중독 예방관리를 당부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엠바고(정해진 시간까지 보도를 유예하는 것)까지 설정하며 배포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는 달랐다. 최광훈 회장은 달랐다. 

대한약사회는 전라북도약사회와 함께 잼버리 현장에 봉사약국을 마련하고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약사들이 교대로 근무하며 환자들을 돌봤다. 

봉사약국에는 화상연고, 벌레퇴치제, 파스, 감기약, 온열질환용 포도당 등 다양한 의약품을 비치하고 환자 치료를 위한 지원활동을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더해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지난 6일 봉사약국을 방문해 의약품 수급 현황을 점검하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최 회장은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직접 상담하고 의약품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약사회 사무국 직원을 현장에 상주시켜 불편사항을 해소할 것을 지시했다.

최 회장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도 봉사약국 운영에 참여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 이번 봉사약국 운영을 통해 전세계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야영활동을 마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행사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봉사약국 운영을 위한 중앙회 차원의 약사회원 참여 안내와 함께 사무처의 행정지원 인력을 파견하겠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혈세로 편성된 예산으로 운영되며 국민건강과 보건에 책임이 있는 '규제기관'이 해야 할 책무를 대한약사회라는 '직능단체'가 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식품에 대한 위생관리도 중요하다. 실제로 잼버리 대회에 납품된 구운달걀에서 곰팡이가 발생한 사건이 일어났지만 조기에 발견돼 참가 대원들이 섭취하기전에 전량 회수·폐기했고 이로 인해 식중독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식품'과 '의약품' 안전에 관련된 모든 사무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안전한 식음료를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의약품에 대한 이슈를 해결하는 것도 막중하다.

잼버리 사태는 대회 초반부터 온열질환을 비롯한 각종 환자가 속출하며 의약품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식약처의 대처는 '식품'에만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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