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며 의료대란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까지 단체활동에 돌입하며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보건당국은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처분 사전 통지를 발송하고 전국 병원에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내리는 등 행정절차에 착수하고 있으나, 의료계는 정부 처분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러 영역에서 법리적 측면들이 쟁점화되고 있다.

현재 정부와 의료계를 둘러싼 주요 법적 쟁점들은 어떤 것이 있으며 법조계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팜뉴스는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개최한 '의료대란 관련 법적 쟁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간담회에서 나온 핵심 발언들을 정리해봤다.

이날 간담회는 정부의 필수의료 유지 명령,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대한 당위성, 업무방해죄 등에 대한 쟁점을 중심으로 라운드 테이블 형식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패널로는 임무영 법률사무소의 임무영 대표 변호사, 김소윤 한국의료법학회 회장, 이민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이 참여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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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법상 강제노동?

첫 번째 쟁점은 정부가 <의료법 제59조>에 근거해 내린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내용이었다. 관련 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한 의료인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현재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강제노동'이며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배했다고 주장하며 ILO에 개입을 요청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4월에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비준했으며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에 위배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

임무영 변호사는 "ILO 협약을 살펴보면 강제근로에 해당하지 않는 사항들이 규정돼 있는데, 긴급한 경우에는 강제근로에 대한 부분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라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ILO 협약에 위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이민 변호사 역시 "강제근로 금지 조항은 총 5가지에 대해 예외 사항(의사의 의무, 변호사의 의무, 군사적 의무, 통상적인 시민의 의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우려가 있는 경우)을 두고 있다"라며 "의료법 위반에 따른 의사 면허 정지나 취소는 협약의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이민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 위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김소연 한국의료법학회 회장, 임무영 변호사
(왼쪽부터) 이민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 위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김소연 한국의료법학회 회장, 임무영 변호사

의대 교수들이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행정소송

다음 쟁점은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입학정원 증원처분 집행정지' 행정소송에 대한 내용이었다.

의대 교수협의회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8조를 근거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어 의대 정원 2000명을 늘리는 결정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원고적격성'을 핵심으로 봤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입학 정원과 관련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임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행정소송에서는 원고적격성을 상당히 엄격하게 본다"라며 "의대 입학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교수들이 이득을 보거나 피해를 보는 부분은 사실상 없다. 오히려 의대 재학생들이라면 당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도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라 단언하기엔 조심스럽지만, 법률상 이익을 보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라며 "의대 교수나 교원은 다소 소극적이라 볼 수 있으며 의대 재학생들도 간접적인 위치에 놓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전공의 사직, 개별 사직인가 집단 행동인가

주요 사안 중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공의 의료 현장 이탈에 대해서는 '당위성'이 핵심 관전 포인트였다.

직업 선택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건강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에 대한 당위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법률상에서 '파업'과 '사직'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라며 "파업은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것이며 사직은 본질적으로 해당 업무를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것은 이들이 앞으로도 아예 의료행위를 완전히 중단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전공의 이탈이 집단 사직 또는 파업으로 볼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신현영 의원은 "의대증원 확대 논란이 지속되며 의료에 차질이 생기고 국민들께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라며 "이번 법리적 쟁점에 대한 논의를 통해 어느 한쪽의 옳고 그름,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갈등을 봉합하고 대타협을 이루어내는 화합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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