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HT GPT로 구성한 GSK R&D
CAHT GPT로 구성한 GSK R&D

[팜뉴스=김민건 기자] GSK가 항암플레이어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2015년 항암사업부를 매각할 당시 더 이상 항암 포트폴리오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노바티스에 항종양 부문을 넘기고 백신 사업을 들여와 성공적인 날을 보냈다. 그러나 항암 치료 영역에서 완전히 발을 뺀 것이 아니었다. 기초적인 R&D 역량을 유지하며 언제든 항암 분야로 돌아올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었다.

2018년 GSK는 깜짝 발표를 했다. 51억달러(약 5조 8000억원)에 종양학 전문 바이오기업 테사로를 인수하며 PARP저해제 제줄라(니라파립)와 PD-1 면역항암제 젬퍼리(도스탈리맙) 등 항암 파이프라인 확보에 성공했다. 2022년에는 시에라 온콜로지를 19억달러(2조원)에 인수하며 골수섬유증 치료제 오자라(모멜로티닙)를 항종양 파이프라인에 추가했다.

깜짝 놀랄 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4년 면역항암제 젬퍼리가 부인암 영역에서 역사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미충족 수요가 큰 재발성∙진행성 불일치 복구결함(dMMR)/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MSI-H) 자궁내막암에서 미국FDA 신속승인을 받았으며, 유럽에서는 단독 사용이 가능한 첫 면역항암제로 승인됐다. 국내에서도 면역항암제 처음으로 자궁내막암 1 ·2차치료 적응증을 획득하며 그 어떤 치료제 보다 빠르게 급여권에 들어왔다.

전 세계가 항암 분야의 플레이어로 GSK가 돌아왔음을 느끼고 있다. 국내외 의료진은 "젬퍼리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한다. 

GSK는 항암제 개발에서 유전학과 면역학에 대한 깊은 이해, 데이터 과학·분석 기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요한  포트폴리오는 면역항암제, 합성치사 치료제, 종양세포 표적치료제다. GSK R&D 리더십은 의약품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회사의 핵심 가치와 전략적 목표를 따르며 환자 중심 혁신을 추구하는 데 있다. 

R&D의 근간은 단순한  제약회사가 아닌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한국GSK 의학부도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든 활동은 과학적 판단을 근거로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가 삶을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GSK R&D를 통한 혁신신약이 국내 시장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도입되게 하고 있다. 전략적 지원과 리더십을 제공하며 R&D 초기 단계부터 환자들이 임상 연구에 참여하는  중요한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

GSK는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제, 골수섬유증 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까지 종양학 R&D와 커머셜 영향력 확대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항암사업부를 신설하고 젬퍼리 성공을 이끈 것은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GSK가 빅파마 R&D의 노하우를 여과 없이 투사하고 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글로벌 본사와 긴밀한 협력은 환자들에게 빠르게 혁신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젬퍼리 같은 혁신적인 치료제가 자궁내막암 치료에 중요한 진전을 이루도록 도왔으며, 실제 젬퍼리 개발 과정에 GSK의 환자 중심주의가 있다.

약사신문(팜뉴스) 취재진은 창간 37주년 특집 '항암 R&D에서 빛나는 신성 3개 제약사' 중 두 번째로 GSK를 만났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신인 장현아 의학부 총괄(전무)이 한국GSK의 전체적인 R&D를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14년 동안 항암 빅플레이어인 노바티스를 비롯해 엘러간, 다케다 등 빅파마 리전에서 글로벌까지 모두 경험한 베테랑이다. 백신, 항암제, 희귀질환 R&D를 누구보다 많이 겪었다고 할 수 있다.

항암사업의 성공을 이끄는 빅파마 R&D의 DNA는 무엇일까. 장 총괄과 인터뷰를 통해 GSK R&D가 가지고 있는 강점, 빠른 시간 내 항암사업에 안착한 비결을 이야기했다. 

장현아 한국GSK 의학부 총괄(전무) / 사진. 김민건 기자
장현아 한국GSK 의학부 총괄(전무) / 사진. 김민건 기자

 

장 총괄은 "GSK가 마음에서부터 항암사업을 접은 것은 아니었다. 기초 R&D 역량을 유지해 왔으며 테사로 인수합병을 통해 항암사업에 화려하게 컴백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제는 환자 중심주의가 굉장히 중요하다. 환자와 제대로 소통할 수 없다면 혁신 의약품은 쓰여질 수 없다"면서 "정말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미충족 수요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해결할 무기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GSK는 기본 R&D 역량에 끊임없이 투자하며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장 총괄과 일문일답.

▶GSK 의학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제약업계에 들어와 엘러간, 노바티스, 다케다 등 글로벌 제약사 의학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타사 의학부 총괄로 3년을 보낸 뒤 한국GSK 의학부 총괄로 온 지 1년이 됐네요. 모든 치료 영역과 더불어 회사가 집중 개발하는백신이나 치료제가 국내에 잘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전반적인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어요. PMS와 PV를 포함한 약물 감시 역할도 아우르고 있고요."

▶굉장히 많은 영역에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네 맞습니다. 제약회사 업무에서 환자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의학부는 의학적인 부분을 비롯해 데이터, 안전성 관리 등 관여하는 역할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약사 업무 전주기에 걸쳐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제약사 의학부라고 하면 R&D에 방점을 찍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다양한 부서와 함께 많은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이네요

"과거에는 제약회사 업무를 단순하게 개발(R&D)과 판매(마케팅)로 나눴지만 이제는 환자 중심주의가 중요해졌어요. 그러면서 의학부의 전략적 역할 역시 굉장히 중요해졌다는 외부 분석자료가 있어요, 저 역시 이 부분에 크게 동의하고요. 혁신적인 약제를 개발하더라도 의료진, 환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실제로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의학부의 가교 역할과 중요성이 점점 더 대두되고 있는 거죠."

▶MA 부서의 역할 변화는 시대적 흐름으로 볼 수 있는 건가요

"시대적 흐름이 맞는 것 같아요. 처음 제약사에 입사했던 2010년 당시에도 이미 의학부가 많은 부분에 관여하고 있었어요. 최근에는 전문성을 토대로 한 의학부 영역이 더 넓어진 것 같아요. R&D부터 제품 허가와 급여 과정까지 의학부가 소통해야 하는 과정에서 학술적 영역과 조직의 주요 결정을 위한 필수적인 통찰력(인사이트)이 더 구체화 되고, 필요성이 늘어난 거죠."

▶인사이트가 구체화 되고 필요성이 늘어났다는 건 어떤 이야기인가요

"백신을 예로 들면 나라마다 유행하는 질환, 백신 예방 프로그램(NIP) 상황 등에 따라 필요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달라질 수밖에 없거든요. 국내 역학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질병 예방과 치료에 있어 주요한 부분을 어떻게 가져갈지 결정하려면 의학적 시선과 통찰력이 필요해요. 이런 의사 결정은 제약사의 일방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여러 의료 전문가와 허가·규제 당국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정말 필요한 미충족 수요가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거든요. 임상에서 언어, 그리고 회사에서 언어와 전략이 서로 닿을 수 있도록 하는 식견을 의학부가 제공한다고 보면 됩니다."

CHAT GPT로 표현한 GSK R&D
CHAT GPT로 표현한 GSK R&D

 

▶GSK 의학부에서는 항암사업부를 다시 신설했는데요, 현재 GSK 의학부의 국내에서 역할은 뭔가요

"항암 분야에서 의학부 역할은 특히 중요해요. 우선 항암제는 개발 시점에서 임상 연구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치료 옵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역할의 시작을 R&D 단계부터 생각해야 해요. 현재 한국GSK 의학부는 한국 시장과 환자들이 초기 연구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게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고, R&D부터 허가와 급여가 이뤄지는 전반적인 과정에 과학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어요. 허가 전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환자들의 동정적 사용 승인(Early Access Program)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있고, 허가 시점에 국내 유병률은 어떤지, 현재 국내 표준치료(SOC)는 무엇인지 파악해서 조직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을 주기도 해요."

▶인사이트를 가지고 의학부 차원에서 전략적인 결정을 한다고 하셨는데, 2015년 노바티스에 항암사업부를 넘길 때와 달리 항암사업부를 신설한 것은 어떤 변화에서인가요 

"항암사업부 재출범은 글로벌 전략 차원이에요. 201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면역항암제가 개발돼 도입되는 등 항암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역항암제는 20~30%의 환자만 반응이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있었는데, 이 부분을 글로벌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GSK는 2015년 노바티스에 항암제 사업부를 매각할 당시에도 기초 개발 역량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2019년 부인암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가진 바이오벤처사 테사로를 인수합병 하면서 다시 항암사업에 화려하게 컴백하게 됐다고 생각해요."

▶항암사업부 매각 이후에도 유지하고 있던 기초 R&D 역량을 유지했던 거군요

"GSK가 항암제 개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어요. 유전학과 면역학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여기에서 얻어진 정보들을 데이터 사이언스를 통해서 분석하는 것인데요. GSK는 이런 기본적인 역량에 끊임없이 투자를 해왔어요.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분해서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세포 독성이 강한 부작용들이 있어요. GSK가 유전학과 면역학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접근하는 이유는 암세포 특이적인 유전자 변이 등을 바탕으로 치료 반응을 예측하고, 치료 전략을 세우는 맞춤 의학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거든요.

GSK가 추구하는 항암 사업 비전을 보면 가장 집중하는 세 가지 영역이 있어요. 가장 먼저 면역항암제이고, 그 다음이 합성치사를 이용한 치료제, 마지막으로 암세포 표적치료(tumor cell targeting)에요. 이 세 가지가 항암제 사업부가 집중하는 영역이고 앞서 말한 유전학과 면역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닿아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유전학과 면역학에 대한 이해가 GSK 항암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는데, 제품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항암사업에서 가장 집중하는 영역은 일단 부인종양과 혈액암이에요. 부인암은 최근 젬퍼리로 좋은 소식을 많이 들려드렸죠. 2022년 12월에 dMMR/MSI-H 환자의 2차치료 첫 번째 옵션으로 국내 허가를 받았고, 작년 12월 정말 빠른 속도로 급여가 적용되면서 자궁내막암 2차 치료의 유일한 면역항암 치료 옵션이 됐어요. 

얼마 전 여성의 날(3월 8일)에는 자궁내막암 1차 치료에서 젬퍼리와 기존 백금기반 항암을 병용하는 요법으로 국내 허가를 확대했는데, 젬퍼리가 국내 처음으로 자궁내막암 1·2차 치료 모두 허가된 면역항암제 된 것이 한국GSK 항암사업부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장현아 한국GSK 의학부 총괄(전무) / 사진. 김민건 기자
장현아 한국GSK 의학부 총괄(전무) / 사진. 김민건 기자

 

▶외국계 제약사에서 많은 경험을 가지셨는데, GSK에 온 이후에 다르다고 느낀 부분이 있나요

"예방부터 치료까지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에요. 제 커리어를 보면 리전에서 글로벌까지 주로 백신을 했었고, 그다음이 항암제인데요. 팬데믹을 거치며 두 영역의 치료제 모두 너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봤기 때문에 GSK가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문화 측면에선 GSK가 정말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처음 GSK에 입사했을 때 제 적응을 위해 영국 본사에서 한 직원이 왔어요. GSK 기업문화와 여러 팁을 주신 분인데, 최근에 35년간 근무를 마치고 은퇴했거던요. 그분이 35년간 겪은 회사의 변화를 옛날 얘기를 하듯이 말해줬는데, 저에게 GSK라는 회사를 이해시키고 빨리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진정으로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와닿아서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글로벌 빅파마인 GSK의 항암 R&D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성과는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우선 국내에서는 2019년에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4~5년 만에 출시한 젬퍼리가 가장 의미 있을 것 같고요, GSK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지난해 4개의 주요 허가가 있었어요. 2개는 항암제였는데 첫 번째가 젬퍼리 1차 치료 적응증 확대이고 두 번째는 빈혈을 동반한 골수섬유증 치료제 옴자라(모멜로티닙) 승인이에요. 미국과 유럽, 영국에서 골수섬유증 환자 빈혈과 전신 증상 개선을 위한 치료 옵션으로 허가 받았어요.

GSK R&D 리더십은 혈액암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요. 작년 말에 연구 결과가 발표된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제 브렌랩(벨란타맙 마포도틴)은 아직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파이프라인이지만 DREAMM-7 연구를 통해 2차 이상 치료에서 브렌랩을 포함한 3제 요법(B-Vd)이 3년 이상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을 보였어요. 현재 표준치료요법과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나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는 데이터가 있고요.

젬퍼리도 먼저 자궁내막암에서 적응증을 받았지만 다른 고형암에서도 연구를 하고 있어요. 연구자 주도 임상에서 국소 진행성 직장암이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작년부터 회사 주도로  좀더 대규모의 2상 연구를 하는 과정에 있고요. 이 외에도 다른 면역항암제와 병용을 통해서 폐암이나 두경부암으로 적응증을 확장하기 위한 R&D를 계속하고 있어요.

테사로 인수합병을 통해 항암사업을 다시 시작한 것처럼 외부로부터 파이프라인을 가져오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도 지속하고 있는데요, 작년에 중국 한소파마와 파트너십을 통해 HS-20089라는 허가받은 ADC(항체-약물 접합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강화했죠. 이를 기반으로 부인암 또는 다른 고형암에서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투자가 계속 이뤄지고 있어요."

▶GSK가 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이 있을까요. 이를 통해 다른 제약사와 차별화하는 요소가 있다면요

"사실 새롭게 항암사업에 뛰어든 입장에서 GSK가 가장 고민하고 노력하는 부분이라면 정말 환자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해서 집중 개발하는 것이에요. 실질적인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미충족 수요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알아야 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무기도 가지고 있어야 하거든요. GSK는 현재 이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어요. 우선 부인암과 혈액암에서 미충족 수요 영역을 명확히 했죠. 

가장 기본 전략으로는 우리가 가진 무기인 면역항암제나 면역학을 기반으로 한 표적치료제를 이용하는 치료 옵션 개발을 하고 있는데, 앞서 말한 다른 제약사나 바이오벤처와 사업적 협렵을 통해 우리가 집중하고자 하는 부인암 영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추가하는 방식식을 가져가고 있고요."

▶GSK가 부인암과 혈액암을 우선적으로 선택한 R&D 전략 기준이 있을까요

"부인암은 항암제 영역에서 유난히 소외됐던 것 같아요. 2010년 이후 10년 넘게 면역항암제를 폭넓게 사용했지만, 젬퍼리가 가장 먼저 재발성 자궁내막암 2차 치료에서 국내 허가와 급여를 받은 게 예시라고 생각해요. 자궁내막암 환자는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후 질환이 재발하면 주로 세포독성화학요법을 시작하는데 객관적 반응률이 10~20% 밖에 되지 않아요. 충분히 건강한 삶을 유지해야 하는 연령대가 많았기 때문에 미충족 수요도 큰 거죠.

골수섬유증 치료제도 마찬가지예요. 당장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심한 빈혈, 비장 비대와 전신 증상이 생기거든요. 환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타 암종에 비해 연구 개발이 더디고,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많지 않았어요. 환자의 삶의 질까지 생각하면서 치료 영역을 고려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젬퍼리
젬퍼리

 

▶자궁내막암에서 후발 주자로 출발했는데 젬퍼리가 키트루다를 앞서 나갔어요.  앞서 말한 GSK R&D 전략이 효과적으로 발휘했던 건가요

"GSK 항암사업의 강점이라고 하면 글로벌 본사와 각 나라 지사 상황에 맞는 기민한 커뮤니케이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에요. 국내에서 특정 데이터가 왜 필요한지, EAP 프로그램이 왜 필요한지를 말할 때 본사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고, 로컬에서도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너무 자랑스러웠던 부분 중 하나가 젬퍼리 국내 출시 전 EAP를 통해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GSK의 헌신적인 노력을 전할 수 있는 사례였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R&D는 글로벌 차원에서도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는데, 워낙 좋은 연구자와 의료 시스템, 인프라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항암제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한국을 포함시키려는 의지가 크죠. 

2022년 기준 국내에서 진행하는 임상연구가 33개 정도 있고, 환자 수로는 2500여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어요. 물론 적응증과 파이프라인이 다양하고요. 의학부에서도 GSK R&D와 임상연구에 한국이 포함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EAP 프로그램을 잘 준비해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돕고 있고, 유관부서에서 허가·급여를 받은 약제가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게 일선에서 의료진 등 이해 관계자들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도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국에서 젬퍼리 허가와 급여가 빠르게 이뤄진 것을 글로벌 본사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젬퍼리 허가와 급여가 이뤄진 모든 과정이 비단 한국에서만 성과는 아니었어요. 모든 순간마다 본사의 여러 부서가 도움을 줬고요. 국내에서 허가를 받고 본사의 다양한 유관 부서에 소식을 전했는데 모두가 한국 환자에게 혁신적인 치료 옵션이 생겼다는 것에 크게 기뻐해준 게 생각이 나요."

▶젬퍼리가 항암사업부의 첫 포트폴리오이다 보니 허가 과정에서 어려웠던 순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극복했는지 많이들 궁금해 해요

"젬퍼리를 최초로 개발한 것은 테사로인데 당시 아시아 지역 R&D 등 임상연구 활동을 제한적으로 했어요. 임상 참여군에 아시아 환자가 많지 않았지만 의학부 인사이트와 내부에서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적극 활용했고, 결론적으로 미충족 수요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낼 수 있었어요.

GSK는 전통적으로 백신과 호흡기 분야에 강점이 있기에 기존에 운영하던 의사 결정과 수행 방식도 백신과 호흡기 파이프라인에 맞춰져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항암사업은 연구부터 허가, 급여, 실제 처방되는 영역까지 백신이나 호흡기 분야와 접근 방법이 굉장히 달라요.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써야했는데, 항암제 사업부를 만든 이후에는 항암사업에 맞도록 하나 하나 그려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던 거죠. 

이 과정에서 빛을 봤던 것은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환자 중심주의와 어렵지만 '이걸 해야만 환자들한테 좋은 옵션이 간다'고 생각하며 버텼던 끈기, 과학적인 의사 결정과 소통 능력 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결국에는 GSK의 환자 중심주의 기반이 많은 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환자 중심주의가 GSK R&D의 강점인가요

"GSK는 '기술, 과학 그리고 인재를 통합해서 질병을 극복한다'는 목표가 있어요. 특히 백신과 호흡기 치료제, 항암제 포트폴리오에 주력하고 있죠.  다양한 영역에서 GSK가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잘 찾아내고, 여기에 맞는 자원과 재원을 합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이 사이에서 2015년 백신 사업을 확장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었고, 또 다시 과감하게 항암사업부의 재출범 결정을 내리기도 한 거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료 영역에 집중하기 위해 많은 임직원을 하나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기업 미션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사진. GSK 홈페이지
사진. GSK 홈페이지

 

▶국내외 시장 상황을 봤을 때 젬퍼리가 국내 의료진과 환자들한테 어떤 가치나 의미를 줄 수 있을까요

"항암제는 허가와 급여가 모두 돼야 치료제로써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환자와 의료진들이 정말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젬퍼리가 실제적인 치료 옵션이 됐다는 점에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부인암 중심의 글로벌 전략에 맞춰 정말 모든 부서가 최대한 빠르게 최선을 다했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을 가져오기 위해 움직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젬퍼리가 허가 1년 만에 급여 등재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보고요. 개인적으로 예전에 한 온라인 기사 댓글에 어느 자궁내막암 환자의 딸이 '자궁내막암도 면역항암제 급여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엄마 힘내자'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어요. 그 분의 가정에도 젬퍼리가 희망의 역할을 다했기를 바라고 있어요."

▶앞으로 항암제나 다른 치료 영역에서 기대할 만한 파이프라인은 무엇인가요

"지난 JP 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GSK 엠마 왐슬리(Emma Walmsley)회장이 파이프라인을 소개했는데 롱액팅(long-acting) 제제를 통해 HIV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요. 또 얼마 전 국내에서 성인 중증 호산구성 천식 치료제 누칼라(메폴리주맙)도 급여가 됐거든요. 이와 비슷하게 호산구성 치료 간격을 늘린 데페모키맙이라는 파이프라인도 국내 임상을 진행하고 있고, 베피로비르센 같은 경우 B형간염에서 기능적 완치라는 너무나 중요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항암제 파이프라인에서는 앞서 말한 브렌렙의 DREAMM-7, DREAMM-8 연구 결과가 긍정적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국내 도입을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의학부가 더 바빠지겠네요

"요즘에 팀원들이 모이면 '너무 좋은 소식이 많아서 어깨가 무겁고 바쁘지만 좋다'고 해요. 제약사에 근무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결국 더 많은 환자가 치료를 받는 거잖아요. 그러면 저희가 보낸 하루하루가 의미가 있는 거죠. 의료진도 처방을 하다 보면 궁금한 부분이 많을 거예요. 젬퍼리가 이제 1차치료에서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급여까지 이뤄져야 할 것이고, 다른 고형암에서 가진 잠재성을 확인하기 위한 리서치 파트너십이나 본사와 협업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행복하게도 일은 계속 늘 것 같아요."

▶혈액암도 중요한데, 업무 분배를 잘해야겠어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백신과 면역학, HIV, 항암제 4개를 글로벌과 한국에서 집중하고 있기에 지금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치료가 없는 것 같아요. 제 리더십 스타일과 관련된 걸 수도 있지만, 좋은 능력(탤런트)을 가진 팀원들이 현장으로부터 듣는 인사이트와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확인하는 부분에서 가장 좋은 전략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하나하나 다 하기보다는 상황에 대한 팀원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제가 도움을 주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아낌없이 지원하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 모델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국내 의학부 총괄의 리더십과 글로벌 리더십 간에 조화가 중요하겠네요

"GSK GCI 지역(Greater China and Intercontinental;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 등 아홉 개의 나라를 아우르는 GSK 용어)과 한국 의학부 팀원 간 소통이 정말 잘 되고 있어요. 특히 요즘에는 팀즈 등 디지털이 도와주는 부분이 많아져서 거의 실시간으로 필요한 것을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기도 하고요. 국내 상황에 대해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니까 리전이나 글로벌에서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 

당연히 본사 단위에서 결정들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팀원들을 믿고 권한을 주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원칙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직원들에게 권한을 준다는 의미는 실제로 아까 말했던 변화와 영향에 대한 부분이고요, 일을 위한 일이 아니라 정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을 팀원 스스로가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죠."

장현아 한국GSK 의학부 총괄(전무) / 사진. 김민건 기자
장현아 한국GSK 의학부 총괄(전무) / 사진. 김민건 기자

 

▶의학부에서 가지고 있는 장단기 계획이 있다면요

"현재 의학부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여러 파이프라인들이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허가되고, 급여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부서와 협업하는 게 최우선이고요. 모든 개발 뒤에는 치료제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잖아요.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적재적소에 예방과 치료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받을 수 있게 선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의학부의 중장기적 방향이에요."

▶GSK R&D 리더십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가요

"GSK는 세계 10위 규모로 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2023년 기준으로 글로벌에서는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약 250억원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요. 매출이 R&D 투자로 이어지는 것 자체가 회사의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하고, 그런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자체로도 의미가 있어요.

GSK가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들 또는 미처 신경 쓰고 있지 못했던 영역을 돕기 위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계속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성과가 있길 바래요. 임상연구는 설령 실패하더라도 과학을 한 단계 더 진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충족 사각지대를 계속 두드리는 노력을 할 것 같아요. 

특히 좋은 과학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GSK처럼 상업화를 해본 제약사와 협업을 하는 것은 생태계 조성에 정말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GSK가 가지고 있는 R&D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봐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GSK가 개발한 혁신신약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이것 하나만은 전하고 싶다는 게 있을까요

"저희가 항암제 영역에서 짧은 시간에 이룬 성과 뒤에는 GSK의 환자 중심주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항암제 사업부를 신설하고 4년 안에 이렇게 많은 성과를 이루기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좋은 파이프라인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젬퍼리는 GARNET 연구를 통해 2차치료에서 국내 허가를 받았어요. 단일군이었지만 약 45.5%의 객관적반응률(ORR)을 보였고 이런 데이터가 있었기에 허가와 급여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봐요. 

지난해 미국여성암종양학회(SGO 2023) 연례학술대회에서 RUBY 연구가 발표됐을 당시 자리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다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다고 해요. 기존에 사용하는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했을 때 젬퍼리와 병용 시 무진행생존기간 위험을 72%나 줄였기 때문인데, 엄청난 변화인 거죠. 그런 좋은 결과들로 인해 이번에 자궁내막암 1차 허가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앞으로 급여도 잘 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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