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식약처장(우)와 식약처 임직원들이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선서 중이다. (식약처 제공)
오유경 식약처장(우)와 식약처 임직원들이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선서 중이다. (식약처 제공)

[팜뉴스=최선재 기자] 유아인은 슈퍼스타다. 그가 영화를 찍으면 수백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완득이>, <베테랑>, <사도> 등 흥행작이 숱하다. <베테랑>에서는 재벌 3세 역할로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어이가 없네"라며 내뱉은 대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유행(밈)처럼 사용 중이다. 대한민국에서 유아인이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조민도 유명인이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다. 국민의힘 등 여권 지지자들은 조민이 조국 전 장관의 비호 아래 입시 비리를 저질러 의대에 입학했다고 주장 중이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 지지자들은 검찰이 조민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고 반박해왔다. 과거엔 이름만 공개됐지만 지금은 유튜버를 하면서 얼굴까지 널리 알려진 상황이다. 

전청조는 비교적 최근에 유명세를 탔다. 베이징 올림픽 펜싱 은메달리스트인 남현희의 배우자로 처음 등장했지만 각종 사기 행각이 드러나면서 경찰에 체포까지 당했다. 때론 남자로, 때론 여자로 살면서 벌인 사기 행각으로 연일 뉴스를 도배 중이다. 유아인과 조민이 수년 동안 천천히 인지도가 높아졌다면 전청조는 지금 이 순간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유명세를 제외하면, 이들 사이에 공통점을 없어 보인다. 혹자는 "도대체 유아인, 조민, 전청조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길래, 어그로(부정적인 이슈로 관심을 얻는 행위)를 끌려고 하느냐"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은 배우, 다른 사람은 정치인의 딸, 또 다른 사람은 전과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아인, 조민, 전청조 사이에는 공통된 키워드가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식품의약품안전처'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 2월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를 통해 유아인의 상습 프로포폴 혐의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오 처장은 당시 “세간에 유아인을 오유경이 잡았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제가 잡은 건 엄홍식(유아인 본명)이라는 사람"이라고 성과 발표를 했다. 

조민도 마찬가지다. 식약처는 지난 9월 조민의 유튜브 홍삼 홍보 영상을 부당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유튜브에 요청해서 삭제했다. 정부가 신고로 영상을 차단했다는 의혹을 반박하면서 이례적으로 해명자료까지 배포했다. 

전청조도 다르지 않다. 식약처는 최근 전청조가 남현희를 속이는데 사용한 가짜 임신테스트기의 수입 통관을 차단했다고 발표했다. 전청조의 전과는 물론 사기 행각이 알려진 직후 관련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전광석화였다.  

유명인을 중심으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식약처가 전면에 등장한 셈이다. 이는 오유경 식약처장 부임 이후 두드러진 일이다. 이의경, 김강립 등 전임 식약처장 재직 시절에는 식약처가 이슈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전적이 없었다. 유명 연예인, 유명 정치인의 딸, 유명 범죄자의 사기행각에 식약처 이름이 함께 들리는 일이 전무했다. 

문제는 '오유경 식약처'가 이슈에 뛰어든 방식이다. 

지난 국정감사 당시 강선우 의원의 질의는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실상을 알렸다. 식약처가 마약류 의약품 기획 감시를 통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도, 이를 방치하면서 마약류를 과다 처방한 의료기관들이 불기소 또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식약처는 경찰이 수사결과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유아인이라는 유명 연예인의 혐의와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따로 파악해서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일반 마약류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청과 기본적인 공조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 국회 질타를 받았다. 

조민 영상 삭제 조치도 비슷한 맥락이다. 조민이 영상에서 특정 홍삼 제품의 면역 기능 강화를 언급한 점은 사실이고 이는 위법 사안이다.

하지만 정관장 등 홍삼 제품을 유튜브에 검색하면 피로감 개선, 면역력 강화 등 표시 광고법에 위반될 만한 유튜브 영상들이 널려 있다. 다른 유튜버들은 노골적으로 부당 광고를 하고 있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전청조 사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식약처는 전청조와 남현희가 국민적 관심을 받았을 당시 관세청과 함께 가짜 임신 테스트기 통관을 막았다고 국민을 상대로 발표했다.

그러나 팜뉴스 보도로 실상이 알려졌다. "정말 통관을 막은 것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식약처 관계자는 "막지 않았고 앞으로 막겠다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심지어 관세청은 팜뉴스 측에 "저희는 식약처의 협의 요청을 받지 않았다. 전혀 상의 없이 보도자료에 저희 청 이름이 나와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식약처가 앞으로도 이런 행태를 반복한다면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슈의 폭발력이 클수록, 식약처의 '성과 부풀리기'가 국민들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식약처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일관된 기준을 토대로 유아인, 조민, 전청조 등 이슈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성과를 만드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른 정부기관이 뒷짐을 지고 있는 동안 국민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으로 마땅한 역할을 수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고, 다른 부처와 상의도 거치지 않은 일을 마치 성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작태다. 일반인들의 홍삼 과대 광고는 놔두면서 유명 정치인의 딸이란 이유로 영상을 삭제하는 것도 이중잣대나 다름없다.

평소 경찰 수사 상황은 '나 몰라라'하다가 슈퍼 스타가 개입됐다는 이유 때문에 처장이 따로 수사 현황을 파악해서 특별 기자회견을 자청한 일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앞서 모든 것들은 검색 한 번, 클릭 한 번, 질문 한 번만 해도 진실이 바로 드러나는 일이었다. 기자이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팩트'가 아니라, 일반 국민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성과이면의 허상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허상에 기초한 식약처식 성과 부풀리기는 갈수록 진화 중이다. '발단'이 엄홍식이고 '전개'가 조민이었다면, 이제는 전청조에서 '위기'의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그런데도 오유경 식약처장이 연속된 경고음에 무감각한 모습을 보인다면, 성과 부풀리기의 '절정'과 '결말'은 사고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때 가서 양치기 소년의 진심을 들어주고 지지해줄 국민이 있을까. 아마도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설사 그게 소설이 아닌, 진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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